“버릴 때 놓치면 1주일 쌓아놔야”
복잡한 기준으로 불만 속출
도, 다음달 중간평가 보완 추진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일이 바빠 매번 쓰레기 배출 요일을 놓쳐 난감하다.” “요일별 배출제로 쓰레기가 20%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만큼 집에 쌓여 있다.”
요즘 제주도와 제주시 홈페이지 게시판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때문이다. 도가 지난 1일부터 제주시지역에서 생활쓰레기에 대한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 운영하면서부터 게시판엔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쓰레기 배출제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성토하고 있다. 실제 “도대체 집안에 쓰레기를 위한 쓰레기통이 몇 개나 있어야 하냐” “집에 쌓아두는 쓰레기로 인해 배출량이 줄었다고 발표하는 행정은 조삼모사다”는 등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도내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는 현재 생활쓰레기를 플라스틱류, 종이류, 캔ㆍ고철류, 스티로폼ㆍ비닐류, 불에 안타는 쓰레기(깨진 유리ㆍ연탄재ㆍ자기류)와 병류, 스티로폼 등으로 분류해 각각 지정된 요일과 시간에만 버리도록 하고 있다. 다만 불에 타는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는 매일 배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종류별로 1~2가지씩만 배출토록 하면서 요일에 맞춰 제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면 일주일 가량 집에 쌓아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드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도 제주도의 일방통행식 쓰레기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 쓰레기 정책은 최근 인구 및 관광객 증가를 감안하지 않은 행정의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도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어 “최근 6년간 도내 인구가 20%나 급증하고, 관광객 수도 두 배 가량 늘어났다면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 수와 장비를 적어도 30% 이상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라며 “현재 시범운영 중인 쓰레기 감량정책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점에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제주지역 쓰레기배출량은 2010년 1일 639톤에서 2015년 1,161톤으로 80% 이상 증가했지만, 도내 환경미화원과 운전원 등 쓰레기 처리 인력은 2010년 413명에서 올해 412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제주시는 지난 12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쓰레기 배출시간을 ‘오후 6시~자정’에서 ‘오후 3시~다음날 새벽 4시’로 조정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24시간 배출할 수 있도록 일부 내용을 조정했다. 제주도 역시 다음달 중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중간평가를 갖고 불편사항들을 보완키로 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쓰레기량이 급증함에도 처리과정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은 행정에서 반성할 점”이라며 “행정이 고쳐야 될 점들에 대해서는 고쳐나가는 한편 시민들 동참 없이는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편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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