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의 고른 선전이 돋보였던 2016년이 저물어간다. ‘경차 대전’에서 쉐보레 스파크가 누적 판매 대수로 기아 모닝을 눌렀고, 쌍용 티볼리가 소형 SUV 세그먼트 점유율 절반 이상(11월 기준 55.1%)을 차지했다. 현대 아이오닉은 친환경차 전용 브랜드로 출범했고 기아는 니로를 선보이며 하이브리드 소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내년에도 국내 브랜드의 신차 출시는 봇물을 이룰 예정이다. 올해의 흐름을 이어가거나 혹은 뒤바꿔버릴, 2017년 기대되는 국내 브랜드의 신차 리스트 5를 만나보자. 한국일보 자동차 전문 모클팀 기자들이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에 주목해야 할 자동차를 선정해 소개하는 시리즈 2탄이다.
●기아 모닝
기아자동차 모닝이 2017년 1월, 완전히 바뀐 3세대 모델로 출시된다. 2011년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6년 만의 풀 모델 체인지다. 지난 22일 실내 외 랜더링 이미지가 공개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실제 사진이 공개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신형 모닝은 기존 모델보다 크고 낮아 보이며, 실내를 수평으로 꾸며 공간이 넓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i30처럼 센터페시아 위로 돌출된 플로팅 액정이 눈에 띄며, 스티어링 휠에 달린 각종 조작버튼을 볼 때 편의 사양이 대폭 추가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1.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5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1.0리터 가솔린에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산차 중 경차는 단 3종뿐이다. 모닝은 출시 이후부터 작년까지 경차 판매 1위를 지켜왔다. 올해는 2015년 하반기에 새롭게 출시된 스파크와 판매 1위를 놓고 매달 엎치락뒤치락하다 누적 판매 1위를 스파크에게 내줬다.
하지만 경차는 역시 가격이 관건이다. 모닝은 풀 체인지 모델 출시를 두 달 앞둔 11월에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실시했는데도 판매량이 61%나 급증했다. 스파크는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된 2015년 8월 첫 달을 제외하고는 다시 출시된 지 5년이나 된 모닝에 경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어놓아야 했다. 경차로는 비교적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올해 스파크가 다시 1위 자리를 차지한 건 2월부터 진행한 할인 행사 덕분이었다. 결국 신형 모닝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여부는 가격에 달린 게 아닐까 싶다.
●쉐보레 크루즈
내년 2월에는 한국GM이 신형 쉐보레 크루즈를 국내에 선보인다. 2008년 11월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로 선보인 뒤 2011년 3월부터 쉐보레 크루즈로 이름만 바뀐 모델이다. 2012년과 2015년 부분변경 모델이 나왔지만 완전 변경된 크루즈는 무려 9년만이다.
크루즈의 풀 모델 체인지로 쉐보레는 중형 말리부, 준대형 임팔라에 이어 준중형까지 승용 라인업을 모두 신형으로 완성했다. 앞서 출시된 말리부는 월평균 4,000대 정도의 판매량으로 쉐보레의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틀 말리부’인 크루즈가 말리부의 인기를 이어가며 쉐보레의 점유율 상승에 일조할 수 있을까? 또 중형 세그먼트와 달리, 현대 아반떼 단일 차종이 독주 중인 준중형 시장에서 크루즈가 얼마나 아반떼를 위협할 수 있을까? 이것이 신형 크루즈 행보의 관전 포인트다.
●쌍용자동차 Y400
쌍용자동차는 내년 상반기에 대형 SUV(개발명 Y400)를 출시할 예정이다. Y400은 LIV-1이라는 콘셉트카로 지난 2016 파리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콘셉트카 기준으로 차체 크기는 전장 4,850mm, 전폭 1,960mm, 높이 1,800mm, 축거 2,865mm이며,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양산형 Y400의 디자인은 후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Y400은 프레임 보디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으며, 내년 봄 2.2리터 디젤 엔진 탑재 모델을 우선 출시하고 연말에 2.0 가솔린 터보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모델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티볼리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점유율을 늘린 쌍용이 대형 SUV 출시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대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국내 브랜드 모델은 기아 모하비와 현대 맥스크루즈로 경쟁력 있는 모델은 아니다. 이 틈을 공략하려는 전략인 셈. 또한 대형 SUV의 출시로 쌍용은 소형 티볼리, 중형 렉스턴 W에 이어 대형까지 SUV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쉐보레 볼트
주행가능거리가 383.17km(환경부, 미국 환경청 인증)인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가 내년 상반기 국내에 출시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미흡하기에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가능거리가 중요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볼트의 출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볼트의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는 3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146km/h이며 시속 96.7km/h(60마일)까지 가속하는 데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주행가능거리 외에 동력 성능도 고속도로를 질주하기에 충분하다. 볼트의 가격은 3만7,500달러로 미국에서 이미 판매 중이며, 정부보조금을 받으면 3만 달러(약 3,400만 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르노 트위지
내년에는 국내 도로교통법상 해당되는 차종 분류 기준이 없어 출시되지 못했던 르노삼성 트위지의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세부 기준에 트위지가 속한 초소형 전기차를 포함하는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전장 2,335mm, 전폭 1,233mm, 전고 1,451mm인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에 불과한 크기의 초소형 전기차다. 1인승과 2인승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며, 최대 약 75kg의 물건을 실을 수 있다. 또한 가정용 전기(220V)로도 3시간 충전이면 100km까지 주행 가능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80km다. 안전사양으로는 에어백, 4점식 안전벨트, 전면 범퍼 빔, 측면 충돌 보호 장치 등이 있다.
저속 전기차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진입은 불가능하며, 안정성도 다른 자동차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에 비하면 충돌 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운전이 쉽고, 주차 또한 편리하다. 결국 자동차보다는 모터사이클과 경쟁하지 않을까? 특히 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특성상 배달 용도로 주로 사용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유럽처럼 운전과 주차가 미숙한 사람들의 도심 내 이동수단으로 인기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초소형 친환경 전기차의 도입으로 도심 풍경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기대된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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