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삼성 합병 지원’ 배후에
안종범 전 수석 존재 단서 확보
김종 “박 대통령ㆍ이재용 독대 전에
삼성과 최순실씨 모녀 지원 논의”
안종범 오늘 소환 집중 추궁키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삼성그룹의 뇌물성 거래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의심스러운 거래가 성사된 과정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어 의결권자문업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과정에 문형표(60)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연금이 통상 거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생략하면서까지 찬성 결정을 내린 데에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문 전 장관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도 여기까지는 이미 퍼즐이 완성됐다는 뜻이다.
다음 수순은 문 전 장관의 윗선, 즉 안종범(57·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향한다. 이미 언론에는 “삼성 합병은 청와대가 주도했다”거나 “당시 안 전 수석이 최종 지휘를 했다”는 청와대나 복지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보도됐다. 특검팀 역시 검찰 조사 자료 등을 검토하면서 문 전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을 움직이게 한 중심에 안 전 수석이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다수 확보했다.
특히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으로 가는 핵심 연결고리다. 특검팀은 “(삼성) 합병 문제를 정부가 적극 도와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등 증거와 진술을 확보, ‘박 대통령→안 전 수석→문 전 장관→홍 전 본부장’으로 지시가 전달된 과정의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특검팀은 27일 안 전 수석을 소환해 이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를 문 전 장관에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도 문턱에 이르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와 별도로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을 종착점으로 하는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사흘째 김종(55·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 박상진(63)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최씨 모녀 지원을 논의했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등 이 부회장의 턱밑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주에는 사전 조사 형식으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이 부회장이 박 사장 등을 동원해 최씨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 가결 8일 뒤인 작년 7월 25일 이뤄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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