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꽃보직ㆍ가족회사 횡령 의혹
황제소환 논란 이어 결론 못 내려
윤갑근 팀장 “송구스럽고 민망”
직무유기 등 자료는 특검에 인계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전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을 동시 수사하기 위해 구성된 검찰 특별수사팀이 4개월을 수사한 끝에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26일 공식 해산했다. 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52) 대구고검장은 수사팀이 꾸려진 첫날 “나는 검사다. 살아있는 권력이 됐든 뭐가 됐든 정도(正道)를 따라갈 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날은 “송구스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윤 고검장은 “특수팀에서 수사해온 우 전 수석 및 이 전 특별감찰관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속 수사하고, 파견 온 수사팀 일부는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고발사건이 계류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의 수사진행 상황 을 고려해 향후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윤 고검장은 설명했다.
지난 8월 23일 구성된 수사팀은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의혹 ▦가족회사인 ㈜정강 관련 횡령 혐의 ▦우 전 수석이 진경준 전 검사장을 통해 처가의 강남 땅을 넥슨에 고가 매도한 의혹 ▦이 전 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혐의 ▦우 전 수석이 본인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 고발사건 등에 대해 수사해왔다. 수사팀은 팀이 꾸려진 뒤 6일 만에 정강 사무실과 특별감찰관 사무실, 서울경찰청 차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과 참고인 소환을 진행하는 등 속도를 냈지만, 이후 큰 진척이 없었다.
수사팀은 지난 10월 28일 이 전 감찰관을 조사하고,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10월 30일 우 전 수석의 부인을 조사했다. 지난달 6일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해 사실상 수사를 끝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우 전 수석이 소환조사를 받던 날 밤 검찰청사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표정이 촬영되며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다.
수사팀은 넉 달 동안 수사하고도 우 전 수석 처분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해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윤 고검장은 이에 대해 “그런 평가를 받아도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추가 고발이 이뤄지고 특검이 출범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환을 필요로 하는 인물을 부를 때마다 기간이 늦어졌고, 참고인이 소환을 거부하는 경우 강제수사가 허용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우 전 수석의 아들은 끝내 소환에 불응해 서면조사로 마무리했고, 정강의 재산 관리인은 한동안 잠적하기도 했다.
결국 우 전 수석과 관련해 계류 중인 고발 사건과 남은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의 몫으로 남게 됐다. 수사팀은 이날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과 관련한 일부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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