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67)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동조한 각국 대사들을 잇따라 초치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난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함에 따라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분쟁에 대한 ICC의 조사가 본격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성탄절인 이날 밤 이스라엘 총리실로 자국 주재 댄 샤피로 미국 대사를 초치했고,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유엔안보리 이사국 14개국 중 외교관계가 없는 베네수엘라와 멕시코를 제외한 12개국 대사의 소환을 명령했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최대기념일인 성탄절 밤에 미국 대사를 초치한 건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여겨진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태를 샤피로 대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이날 각료회의에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12개국과 외교관계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유엔에 대해서는 분담금 지급 중단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보복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결의안 통과 직후 다음주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총리의 자국 방문계획을 취소했고,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갖기로 했던 회담 일정도 취소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결의안 통과에 동조한 국가들과 외교관계 재검토까지 시사하며 강력 대응에 나선 데는 정착촌 문제가 ICC에 회부되는 등 국제분쟁화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영토분쟁에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배제하고 당사국 간 직접대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난해 1월 ICC 가입을 통해 정착촌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군의 전범행위 조사를 요청했고, 이번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ICC 조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매체인 하레츠는 “결의안 채택은 ‘첫걸음’에 불과하다”며 “정착촌 문제에 대한 ICC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스라엘 군이 ICC에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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