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다음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절차에 돌입한다. 헌재가 핵심 자료인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기록을 확보하면서 사건 심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헌재는 26일 오후 2시쯤 수사기록을 넘겨받기 위해 15인승 버스와 스타렉스 차량 두 대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이 차량은 오후 4시40분쯤 상자 40개를 싣고 헌재에 도착했다. A4용지 3만2,000장 분량이다. 헌재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록의 인증등본(정본 효력을 가지는 사본)을 확보했다”며 “이달 안에 준비절차를 마치고 다음 주에 변론절차를 열기로 한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헌재가 받은 수사기록은 앞서 검찰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긴 1톤 분량에는 크게 못 미친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직권으로 요청한 수사기록과, 박 대통령과 소추위원 양측 당사자가 신청한 것까지 자료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기록 제출을 제한하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가로막혔던 수사기록 확보 문제는 이로써 해결됐다.
헌재는 앞서 이날 오전 재판관회의를 열어 이번 주 안에 수사기록을 검토해 준비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사기록이 심리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재판부가 검찰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고 양측 당사자 의견을 들어 참고인을 추천받거나, 양측이 신청한 증인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27일 2차 준비기일도 진행한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이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시각별 소명자료를 제출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22일 제1차 준비기일을 진행한 수명재판부는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참사 당일 문제의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을 시각별로 남김없이 밝혀달라”며 석명권(釋明權)을 행사했다. 헌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26일 오후까지 헌재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혐의 입증은 소추위원의 몫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굳이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이 경우 오히려 ‘7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소추위원 측 주장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헌재는 제2차 준비기일에서 쟁점에 대한 양측 입장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30~31일쯤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 방침이다. 어쨌든 연내에 준비기일을 모두 마치고 새해 초 변론기일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첫 변론기일에서는 준비기일에서 논의된 사항을 양측에 확인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첫 변론기일에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15분만에 기일이 종료됐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