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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김영란법에… 체면 구긴 한우

입력
2016.12.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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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공급량 줄며 시세 급등

김영란법에 명절선물로도 찬밥

돼지고기 선물세트와 경쟁할 판

경기 침체의 영향과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값비싼 한우 대신 수입 쇠고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설 선물세트에도 처음으로 돼지고기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고기는 먹지만 고기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2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수입 쇠고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다. 반면 한우(육우, 젖소 포함)는 12%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한우와 수입 쇠고기 매출 비중도 45대 55로, 처음으로 뒤집어졌다. 이마트 쇠고기 매출에서 한우 비중은 2014년 54.9%에서 지난해 51.8%로 계속 줄어 왔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한우 시세가 높게 형성돼 온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한우 1등급(1㎏) 기준 평균 경매 입찰(경락) 가격은 1만8,532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지난해 경락 가격도 1만6,431원으로 전년(1만4,347원)보다 1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 중 비싼 한우 대신 수입 쇠고기를 찾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도 “한우와 수입육 간 가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며 “몇 년 전 한우 시세가 낮을 때 정부 주도로 암소 도축을 한 결과 사육 두수 자체가 줄면서 공급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한우 시세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축산업계에 따르면 1~8월 국내산 쇠고기 공급량(잠정치)은 14만6,48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만771톤)보다 2만4,000여톤이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부터 들여온 양은 19만7,813톤에서 22만7,427톤으로 3만톤 가까이 늘었다.

지난 9월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도 대표적인 명절 선물로 꼽히는 한우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이제 한우는 이전에는 백화점 명절 선물 축에 끼지도 못한 돼지고기와도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인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판매 행사에 4만9,000원으로 구성된 돼지고기 구이 세트(삼겹살 1㎏, 목심 0.5㎏)를 내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명절 선물세트로 돼지고기는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준비하게 됐다”며 “김영란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고객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사전예약판매 행사에서 5만원 이하 실속 선물세트 물량도 지난해 설보다 60% 이상 늘렸다. 22일까지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나 상승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본격적인 시행 전이었던 지난 추석에도 한우 선물세트는 이미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지난 추석(9월 15일) 전후 한 달 간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형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우 선물세트 판매액은 309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부정청탁금지법 등이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란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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