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수도'라 스스럼없이 자랑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의 후광과 조명발에 힘입어 마법 같은 새해를 맞는 곳이다. 이곳에서 연말을 보내는 법 4가지.
▦어슬렁거리며 크리스마스 칵테일 풍경에 취해버리기
한 해 중 스트라스부르의 전성기는 12월. 1570년에 시작된 크리스마스마켓의 파워 덕이다. 독일의 드레스덴이나 뉘른베르크엔 미안한 이야기지만, '크리스마스 주도'라 선수 친 스트라스부르는 기발한 마케팅 실력으로 전 세계인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상황. 도시의 배꼽이 되는 클레버 광장(Place Kléber)의 크리스마스트리부터 해마다 유럽의 한 나라를 칭송하는 마켓(2016년엔 포르투갈)까지 그 별명에 대한 어떤 트집도 거부한다. 연말 분위기는 딱 칵테일 같다. 중세와 크리스마스의 후광이 뒤섞인 도시는 시음하듯 칵테일을 홀짝홀짝 거리다가 취해버리는 기분. 그렇지 않던가. 번쩍이는 조명과 장식을 보노라면, 빠른 심장 박동수를 부여잡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게 되는 것.
▦바토라마(Barorama) 보트 투어로 인문학적 접근
바토라마는 라인강 지류의 얌전한 운하를 고고하게 유랑한다. 도시의 중심이 일강 위에 떠 있는 섬(Grand Île)이기에, 보트 투어는 이 낯선 도시를 속성으로 예습하는 방법. 파리의 바토무슈에 비하면 지루하다는 평가를 일축할 두 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는 드라마틱한 갑문식 운하 체험. 유럽의회 본부로부터 출발한 보트는 쁘띠 프랑스(Le Petite France)로 진입하면서 조촐한 제자리걸음 이벤트를 치른다. 방수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문이 열리고, 양 옆으로 몸을 세운 헨젤과 그레텔식 집이 감동으로 휘감겨온다. 둘째는 귀가 커지는 안내 방송이다. '20세기의 역사'를 주제로 한 토막 뉴스는 구텐베르크, 괴테 등 이곳에 연이 깊은 명사의 이야기까지 꼼꼼히 챙겨준다.
▦독일이 퐁당 빠진 프랑스, 그 국경의 맛
프랑스에선 연말이 되면 2~5kg쯤은 살찔 각오를 한다. 죄책감 없이 대식의 면죄부가 쥐어지는 셈. 그 일등공신은 알자스의 퓨전 음식이다. 국토 분쟁의 핑퐁 게임을 한 역사적 배경을 담은, 독일 무늬 프랑스식이다. 양배추 절임인 슈쿠르트(choucroute)와 함께 소시지를 우걱우걱 거리거나 크림소스 위로 양파와 베이컨을 솔솔 뿌린 알자스식 피자인 타르트 플랑베(tarte flambée)를 즐기거나. 포만감이 느껴질 때쯤 왕관 모양의 쿠글로프(Kouglof)와 커피로 디저트 배를 채운다. 분위기가 맛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했던가. 이왕이면 와인 가도의 기운이 느껴지는 프티 프랑스에서 16~17세기 시간 여행도 하고, 국경의 맛에도 풍덩 빠져보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인생의 연말정산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자부심, 300년 이상의 건축 시간, 15세기 고딕 양식의 표본 등 이곳 노트르담 대성당에 걸린 명예는 여러 가지. 현대식 건축과 콜롱바주(colombages, 목재 골조) 건축 사이로 솟은 142m의 미친 존재감이다. 박력 있으면서도 관능적이다. 빅토르 위고가 왜 그리도 칭송했는지(gigantic and delicate marvel), 괴테가 왜 유난히 외관을 탐미했는지 이해할 법하다. 실내에선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 단단히 얼이 빠지다가 천문학 시계 앞에서 발이 얼어버린다. 15분마다 아기부터 죽음의 신까지 인간의 일생을 상징하는 빈티지 토이가 기계식으로 척척 작동한다. 시계만 면밀히 살펴도 30분은 너끈히 걸린다. 난 잘 살아왔는가, 어떻게 살아갈까.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더듬어보면서.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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