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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출마' 반기문, 금품수수 의혹… 검증의 서막

입력
2016.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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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에 23만 달러 받았다”

“朴 비서 수첩에 潘, 5만 달러”

금품수수 의혹 보도 잇달아

潘 “공직 중에 한 푼도 안 받아”

유엔 대변인이 이례적 보도자료

민주당도 대대적 공세 별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검증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 20일 미국 뉴욕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나라를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며 대권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반 총장의 강한 반박 속에 정치권의 반응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 차를 보였다. 내달 반 총장이 귀국한 이후 정치권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방증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한국 특파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히 근거 없는 허위”라고 반박했다.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의 사과와 기사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사저널은 박 전 회장의 지인 등의 증언을 통해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5년 5월 방한한 응우옌 지 니엔 베트남 외교부장관 일행을 위한 환영만찬에서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박 전 회장으로부터 2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받았고, 2007년 1월에도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뉴욕 한인식당에서 3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대검 중앙수사부도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이러한 내용을 인지했다. 당시 박 전 회의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SBS도 당시 수사 관계자 증언을 통해 박 전 회장 비서의 다이어리에 반 총장의 이름이 두 번 적혀 있고, 그 옆에 돈의 액수(총 5만달러)가 기재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 측은 이에 대해 “2005년 만찬 당시 박 전 회장과 따로 만난 사실이 없다”며 “반 총장은 공직 재임 중에 어떤 금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회장 측도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난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에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는 모른다는 것”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반 총장은 대선행보 과정에서 경쟁세력과 이에 대한 진실공방을 벌일 공산이 커 보인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 측에 불리한 이슈들이 그의 귀국에 맞춰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 총장과 여론조사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반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새누리당 친박계의 러브콜을 받아온 후보임을 부각하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반 총장 조카의 국제사기 사건까지 거론하는 등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반 총장은 몸을 불사르기 전에 스스로 성완종ㆍ박연차 관련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충청 대망론’을 두고 반 총장과 경쟁관계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의 없는 기회주의 정치와 인생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견제구를 날렸다.

반면 제3지대를 두고 반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민의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내년 대선에서 반 총장과의 관계가 설정되기 이전에 검증의 칼날부터 들이대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무책임한 의혹 공세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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