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들 “영업 관행일 뿐 해고 억울” 강변
법원 “은행 부실화 막기 위한 투명 운영 중요”
모범 보여야 할 간부가 관행 운운 반성 없어
수천만원 가량의 룸살롱 비용을 법인카드로 펑펑 쓰다가 회사에서 쫓겨난 외국계은행 고위 간부들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부장 권혁중)는 2013년부터 지난해 8월 회사에 적발될 때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성인유흥업소 비용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대형 외국계은행 고위 간부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증권회사를 다니다 6년 전 이 은행으로 직장을 옮긴 A씨 등은 2013년 초부터 성인유흥업소를 출입하기 시작했다. 룸살롱뿐 아니라 접대부 여성이 동석해 술을 따라주는 일명 ‘로테이션 바’ 등을 한 달 평균 3~5번 꼴로 방문해 많게는 15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대부분 고객 없이 직원들끼리 업소를 찾았지만 고객을 접대한 것처럼 비용처리 내역서도 꾸몄다. 이들의 ‘룸살롱 사랑’은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영난을 맞은 회사가 “부적절한 접대나 허위 비용 청구서 제출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두 차례에 걸친 경고메시지를 보낸 2013년 말 이후에도 계속됐다.
회사 감사팀은 지난해 중순 접대비 조사를 벌여 이들의 행각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을 때는 부하직원들에게 법인카드 ‘나눠막기’를 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해 초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이들은 “모든 영업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하던 일인데 우리만 해고하는 건 불공평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은 소속 직원들을 엄정하게 관리 감독하고 자산의 건전성을 유지해 부실화로 인한 피해자 발생을 예방할 필요성이 크다”며 “고위간부로서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은행 비용으로 고가의 성인업소 대금을 결제했고 이것이 관행인 양 징계형평을 문제 삼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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