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자료만 2만여쪽 달해
진술 내용 따라 증인 압축 등
탄핵심리 속도 붙을 가능성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등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26일 제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명 ‘문고리 3인방’의 진술서와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의 통화 녹취록 등 박근혜 대통령 혐의를 밝힐 핵심 사실이 담긴 자료인 만큼 탄핵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헌재 관계자는 “수사기록 제출에 대해 검찰과 실무진 차원의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내일이라도 수사기록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초에는 수사기록이 헌재로 넘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제출 받을 수사기록은 증거기록만 2만여쪽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도 1톤 트럭 한 대 분량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넘겼다.
헌재가 탄핵 심리를 개시하는 데에 첫번째 장벽이었던 수사기록 확보가 해결되면 재판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헌재는 15일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와 관련, 판결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직접 판단하기 위해 특검과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구했지만 특검 측은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에 미온적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 곧바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일 때 기록 송부를 제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32조를 들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재판은 시작부터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22일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필요하면 재판부가 직접 가서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수사기록은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히는 데에 결정적인 진술과 증거들이 담겨 있어 재판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사유 대부분이 최씨 등과 공범관계인 혐의들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 전 비서관 등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최씨와 무슨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진술이 증거로 확보되면 헌재가 심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 숫자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 소추위원 측은 최씨 등 28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수사기록이 제출되면 핵심 내용을 진술한 사람 중심으로 증인을 압축할 수 있다. 소추위원도 1차 공판준비기일 직후 “제출되는 수사기록에 따라 증인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탄핵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진술 내용을 박 대통령 측이 전부 부인하면 애초의 진술자들을 일일이 법정에 세워 진술이 사실인지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 심리가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 노 변호사는 “박 대통령 측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심리가 장기화되지 않게끔 재판부가 형사소송법과 증거재판주의 등을 탄력 있게 운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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