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깨비는 잘생기고 덩치가 좋습니다. 술을 즐겨 마시고 여자를 좋아해요. 도깨비에는 조선 시대 이상적 남성상이 투영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배우 공유는 도깨비 캐릭터로 적합한 것 같아요.”
구비문학과 한국 민속을 연구하는 김종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5일 한국 도깨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로 분한 주연배우 공유에 대해 연합뉴스에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전래동화에 나타나는 도깨비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한 책 ‘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전통 도깨비가 어떻게 왜곡되고 변형됐는지 분석하고, 전통적인 도깨비 상(像)을 제시했다.
도깨비는 조선 세종 대 문헌인 석보상절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여러 민담과 설화를 통해 인간과 친근한 존재이자 신앙적 대상으로 전승됐다. 김 교수는 “도깨비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세계를 기웃거린다”면서 “도깨비가 재물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돼서 도깨비를 부르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가 불멸의 삶을 끝내려면 인간 신부가 필요하다고 설정한 것은 전통적인 도깨비가 순진하고 여자와 부부가 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설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도깨비가 저승사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설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저승사자는 죽은 이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심부름꾼이죠. 하지만 도깨비는 망자가 아니라 산 사람만 접촉합니다. 그리고 도깨비는 귀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에게 도깨비가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혹부리 영감’ 동화책을 보면 도깨비는 대부분 머리에 뿔이 있고 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는 요괴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 도깨비가 무리 지어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 설화 ‘모모타로’의 주인공이 도깨비 ‘오니’(鬼)를 사냥하는데, 오니의 생김새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도깨비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 오니가 인간을 심판하고 괴롭히는 존재라면, 옛날 우리 도깨비는 인간과 잘 어울리고 친숙하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충청도와 전라도 해안에서 풍어를 기원하며 지내던 도깨비 고사는 대부분 없어졌고, 조개류 양식 어장을 운영하는 일부 지역에만 고사가 남아 있다. 김 교수는 “일본 오니를 우리 도깨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도깨비 신앙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 책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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