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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투자 앞세워 수십억 공적기금 빼돌린 벤처기업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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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투자 앞세워 수십억 공적기금 빼돌린 벤처기업 대표들

입력
2016.12.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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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부 투자를 받은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의 공적기금을 빼돌린 벤처기업 대표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ㆍ조세범죄수사팀(부장 양인철)은 가짜 투자자를 내세워 ‘엔젤투자매칭펀드’ 지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벤처기업 대표 황모(59)씨 등 2명과 브로커 나모(50)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브로커 없이 펀드자금을 받아 챙긴 벤처기업 대표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엔젤투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나 초기 벤처기업에 종잣돈을 투자하고 대가를 주식으로 받는 방식을 말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8개 공공기관은 지난 2011년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유치금과 동일한 액수의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조성해 한국벤처투자에 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엔젤투자자 모임인 엔젤클럽을 운영하던 브로커 나씨는 벤처기업이 클럽 소속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 펀드지원 심사 통과가 쉽다는 점을 알아채고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가짜 투자자를 모집해 엔젤클럽에 가입시킨 뒤 차명계좌로 돈을 건네 자신들이 지정한 벤처기업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황씨 등 구속된 벤처기업 대표들은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약 5억여원의 펀드자금을 가로챘다. 브로커들은 범행 수법을 알려주면서 컨설팅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브로커의 도움을 받지 않은 벤처기업 대표 한모(40)씨 등도 통장을 위조하거나 자금세탁을 통해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1억원의 지원금을 가로챘다. 검찰은 이들이 빼돌린 공적 기금 7억5,000만원을 환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나씨가 운영한 엔젤클럽 투자 중 40%가 공적지원금을 노린 허위 투자였다”며 “청년 사업가들의 창업의지를 꺾는 벤처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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