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대처 잘못해 뇌 손상
법원 “개인의원 한계” 참작 논란
모발이식술 도중 마취 부작용으로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의사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개인의원에서 마취 부작용에 대한 처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를 인정한 것인데, 수면마취제의 심각한 폐해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원장 이모(48)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벌금은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3년 초 머리숱이 적어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온 서울 한 사립대 교수 김모(39ㆍ여)씨에게 모발이식술을 제안했다. 수술 과정에서 프로포폴 등을 주입해 수면마취를 했는데 이 때 의료진이 환자의 산소 포화도와 혈압 등 활력 징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김씨가 저산소증에 빠졌다.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손가락에 제대로 끼워지지 않아 경고음이 울리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산소포화도가 65%까지 떨어지고 양손에 퍼렇게 변할 때까지 의료진의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한 김씨는 결국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식물인간이 됐다. 이씨는 김씨를 시술하면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이후에 진료기록부를 쓰기도 했다.
김 판사는 “프로포폴이 간편한 마취술로 부작용이 적다고 생각해 피해자의 상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전도가 유망한 사립대 교수인 피해자를 식물인간이 되게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병원에서는 프로포폴 투약 부작용으로 인한 저산소증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산소공급과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등 상태 회복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참작 사유를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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