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베네수엘라 헐값 직구’ 소동…한때 현지화폐로 온라인 구매 가능
직구로 구매했다는 사람 줄이어…MS 대응에 관심 집중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 10’을 국외 MS 온라인 스토어에서 수천원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이 돌면서 국내에서 ‘직구 열풍’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제 위기로 화폐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베네수엘라의 MS 스토어가 원인 불명의장애로 국내 사용자에게도 일시적으로 열려, 현지 화폐로 윈도 10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윈도 10 프로 버전의 베네수엘라 현지가는 한화로 환산하면 약 4,200원이다. 같은 상품의 한국 판매가는 31만원으로 국내가의 1.3%에 불과한 헐값이다.
2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전날 새벽부터 국내 주요 커뮤니티에는 ‘MS 스토어 대란’ 등 제목과 함께 베네수엘라 MS 스토어에 접속해 현지 가격으로 윈도 10을 샀다는 게시글이 대거 돌았다.
베네수엘라 MS 스토어 링크를 타고 접속하면 윈도 10 판매가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로 표시돼 한국인도 이 가격으로 결제해 윈도 10 정품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역시 국내 판매가가 50만원이 넘는 MS 오피스도 같은 방식을 통해 수천원 수준에 살 수 있었다고 이 게시글들은 전했다. MS는 이후 수시간 뒤 이 장애를 인지하고 한국 측의 베네수엘라 MS 스토어 이용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베네수엘라 MS 스토어를 국내에서 접속하면 제품가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가 아닌 미화(윈도 10 프로 기준 289달러)로 표기된다.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베네수엘라 MS 스토어에서 윈도 10 등을 샀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또 MS가 이처럼 비정상적 ‘헐값 직구’를 한 사용자에 대해 어떤 공식적 대응을 할지도 확인된 바가 없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 대학생은 이 사건과 관련해 MS 상담사와 나눈 국제 온라인 채팅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MS에 이런 헐값 구매를 신고한 고객에 대해서는 결제 취소 및 정품 라이선스키 무효화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그러나 이 상담사는 반대로 소비자가 MS에 이런 구매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결제 취소 조처를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 많은 매매 정보를 다 추적하기 어렵다는 식의 뉘앙스였다”고 덧붙였다.
MS 본사는 이 사태의 대처 방침을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지하지 않은 상태다. 온라인 구매가 간편한 소프트웨어(SW)는 한국보다 환율이 유리한 국가를 통해 직구하는 '환테크 기법'이 예전부터 알려져 있다.
예컨대 이집트로 주거지를 등록하고 이집트판 SW 스토어에 접속하면 모바일 게임이나 윈도·오피스 등을 이집트파운드화로 결제할 수 있어 한국보다 절반 미만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제 위기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신흥국만 나타나면 현지 주소를 등록하는 등 수고를 감수하며 해당국 SW 스토어를 찾아 '환율차 구매'를 하는 네티즌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런 SW 직구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SW 자체는 같더라도 국가별 최적화가 달라 호환 장애가 나타나거나 작동이 안 될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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