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영덕고속도로 개통 4시간 전 전격 연기
가드레일ㆍ중앙분리대 등 안전설비 미비 이유
지난 23일 오후 6시 정식 개통할 예정이던 당진-영덕고속도로 상주-영덕구간이 개통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로 계획한 개통식은 예정대로 열려 개통식만 하고 실제 차는 다니지 못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6시에 개통하기로 했던 상주-영덕고속도로 개통이 안전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26일 0시로 전격 연기됐다. 특히 개통 연기는 이날 오후 시 경북 의성군 안계면 의성휴게소에서 개통식 도중에 발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개통식에 참석한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개통식 도중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고속도로 개통하는 날짜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서 25일 날 자정(26일 0시)에 개통하게 됨을 여러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현장을 둘러본 뒤 개통 연기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통식에는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응규 경북도의회 의장, 이정백 상주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김주수 의성군수, 한동수 청송군수, 이희진 영덕군수, 지역국회의원 등 내외빈과 5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통상 이 정도의 사업규모일 경우 대통령 참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곳곳에선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부 구간엔 가드레일은 물론 중앙분리대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가드레일은 말뚝만 박은 채 주변에 자재가 널려 있었다.
뒤늦게 개통연기 사실을 안 일부 운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52ㆍ회사원)씨는 "금요일 퇴근과 함께 동료들과 영덕에 가서 회를 먹기로 하고 고속도로에 올렸는데 연기됐다는 전광판 안내를 보고 빠져 나와야 했다"며 "동네구멍가게도 아니고 국내 최대 공기업의 하나인 한국도로공사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또 성탄절을 맞아 동해안 나들이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도 계획을 급히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모(27ㆍ충북 청주시)씨는 "24일 경북 동해안에 펜션을 예약했는데 개통이 연기되는 바람에 도저히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위약금을 물고 해약해야 했다"며 "대통령이 저 모양이면 공기업에선 평소보다 더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미래가 걱정된다"고 허탈해했다.
김모(40ㆍ회사원ㆍ경북 포항시)씨는 "중앙분리대도 제대로 없는 위험천만 도로를 개통시키는 것보다는 낫지만, 사전 점검을 통해 개통식을 연기했어야 하지 않냐"며 "높은 사람 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개통식을 강행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개통 구간은 상주분기점에서 영덕군 강구면 영덕IC까지 107.6㎞로 2조 7,513억 원을 들여 2009년 착공, 7년만에 왕복 4차로로 건설했다. 동상주, 서의성, 북의성, 동안동, 청송, 동청송ㆍ영양, 영덕 7개 나들목과 상주, 안동 2개 분기점, 의성, 점곡, 청송 3개 휴게소가 있다.
경북 서북부 지역인 상주시에서 동해안인 영덕까지 운행거리는 160㎞에서 108㎞로 52㎞ 단축되고, 주행시간은 2시간 25분에서 1시간5분으로 절반 이하로 단축된다. 이 구간은 험준한 산악지형인데다 기존 국도는 왕복 2차로의 구불구불한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거리에 비해 주행시간이 길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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