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이어 반문연대
안철수, 공식 제안하며 공론화
박원순ㆍ이재명 등도 찬성 입장
문재인 “개헌사항 해당” 미온적
與 가세 움직임에 “논의 여지”
조기 대선이 예고된 정치권에서 개헌에 이어 대선 결선투표제가 변수로 부상했다. 대세론을 형성하는 선두주자를 흔들기 위한 나머지 후발주자들의 연대 고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대선에선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야권주자들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며 향후 대치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安 “결선투표제 반대는 기득권 논리”
결선투표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22일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공식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안 전 대표는 과반 이상 득표로 안정적 리더십을 구현하고, 무차별적인 선거연대를 방지하면서 정책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선투표제는 일정한 득표수 이상에 도달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득표를 한 두 명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선거를 치르는 투표 제도다. 사표가 적어지고, 당선자의 대표성이 커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제3, 제4의 후보 영향력이 커질 수 있고 정치세력간 연정을 도모할 수도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야당 후보였던 문 전 대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에 안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공론화 한데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안 전 대표로선 대선국면에서 후보 단일화의 부담을 줄이며, 경우에 따라선 당락을 좌우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당장 문 전 대표가 개헌에 이어 결선투표제 역시 “이번에는 어렵다”며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안 전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 반대는 기득권 논리”라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나머지 주자들도 적극 가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정도”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헌과 별도로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문 전 대표가 발을 빼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 대선을 좋은 선거로 만드는 데 1등 주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압박했다.
文 “결선투표제 반대는 어불성설”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는 바람직한 제도로, 사실은 제가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 중 하나” 라고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친문 인사들도 “문재인이 결선투표제에 반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방어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 도입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고 전제해 온도 차를 분명히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개헌 사항이라고 다들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고, 현재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다음 정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찬성은 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에선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은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도 얼마든 도입할 수 있다며, 개헌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문 전 대표가 반대하는 게 위헌 시비 때문이라면 군색하다”며 “국민적 동의와 정치권 합의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 문제는 개헌과 함께 야권의 반문 연대를 강화시키는 모습이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여권까지 가세할 움직임을 보여 친문 진영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처럼 압력이 커지자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추후 논의해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강윤주기자 kkang@hna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