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상 후 36원이나 급등
위안화 약세 영향 원화 유독 약세
1220원 안팎까지 오를 수 있지만
트럼프 정책 등 이미 시장 반영
추가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아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9개월 만에 다시 달러당 1,200원선을 돌파했다. 세계적인 ‘강(强) 달러’ 현상에다 국내 정치불안 등까지 겹치며 환율이 올랐지만 현재로선 추가 급등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22일 장중 한 때 1,200원선을 찍기도 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23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3.9원 오른 1,20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200원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3월14일(1,200.1원)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불과 3개월 전 연중 저점(9월8일 1,093.2원)을 찍은 환율은 그간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을 재료로 꾸준히 올랐다. 최근에는 이달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내년 금리인상 전망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높이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할 거란 전망이 힘을 얻자 오름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지난 14일 이후 8거래일 간 원ㆍ달러 환율은 36원(1,167.0원→1,203.0원)이나 급등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 속에 다른 주요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가치 하락세(14일 이후 3.1%)는 유독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원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위안화 약세가 심해진데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 불안 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줄어든 외화거래량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올 초 하루 평균 96억달러였던 외화거래량은 이달 들어(22일까지) 57억달러까지 줄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량이 줄면서 작은 거래에도 변동폭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차익 매매)가 많아져 환율이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선이 깨지면서 외국인들의 투자 흐름도 불안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꾸준한 순매수 행진을 벌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22일(506억원)에 이어 이날도 89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간 달러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감안해 몰렸던 외국인 매수세가 환율 1,200원선을 넘으며 경계감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선 추가 환율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시적으로 1,220원 안팎까진 오를 수 있겠지만 내년 1분기 안에 다시 1,100원대에서 안정될 거란 전망이 많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미국 금리인상 등은 이미 시장에 많이 반영돼 추가 상승 여지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형중 연구원은 다만 “인프라투자 확대(강달러 유도)와 보호무역 강화(약달러 유도) 등 공약 가운데 트럼프가 취임 후 어떤 정책에 주력하느냐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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