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에 올린 10편의 작품 가운데 김상숙의 ‘10월 항쟁’(돌베개), 오철우의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동아시아), 오정근의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동아시아) 세 편을 놓고 마지막까지 토론을 하였다. ‘10월 항쟁’은 해방 직후에 일어난 대구 10·1 사건을 국내 사료뿐만 아니라 미군정문서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연구하면서 10월 항쟁이 단지 대구에 한정된 사건이 아니라 남한 전역에서 일어난 시민항쟁이자 건국운동이었음을 밝힌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천착하기보다는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둘러싼 과학 논쟁을 정리함으로써 과학을 한다는 것이 실제 사회적 이슈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수작 중의 수작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그 존재를 예측한 중력파의 발견 소식이 논문으로 전해진 때는 올해 2월 11일이었다. 중력파를 연구한 LIGO에 직접 참여한 오정근 박사는 지난 55년 동안의 중력파 검출 역사와 성공을 이뤄낸 눈물겨운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은 물리학서이면서 동시에 역사서다. 대부분의 학술서들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 한국 사회에 소개되던 그 동안의 방식과 달리 현장 연구자의 연구와 경험이 중간 단계 없이 바로 유통됐다는 특별한 점이 있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중력파 연구 과정을 모두 담아낸 세계 최초의 저작이다. 2016년은 교양서를 넘어서 학술서에서도 물리학의 약진이 돋보인 한해였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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