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끌어갈 수단 부족해
다당 체제 협상도 어려워
“의무는 큰데 권리 없는 상황”
‘기호 1번’징크스도 우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탈당하면 20대 국회에서 1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이 밝지 않다. 1당이 되면 국회에서 누리는 혜택이 많다. 국회 본회의장의 가운데 의석을 차지해 새누리당과 자리를 맞바꾸게 된다. 차기 대선이나 재ㆍ보궐 선거에서는 기호 1번이 유력해지는 등 그 위상이 현격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는 1당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총회에선 조만간 원내 1당으로 발돋움할 당의 상황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그러나 ‘큰 형님’이 된 데 따른 자축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는 전언이다. 한 3선 의원은 “야권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여권 분열의 ‘불똥’을 맞아 어부지리로 1당이 된 것”이라면서 “의무는 커졌는데 권리는 없다”고 평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1당이던 시절에는 당ㆍ정 협의 등으로 즉각적인 공조가 가능했지만, 야당 1당은 현안을 논의할 수단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정국 이후 정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나 역풍을 우려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채 앞서 나가지 않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체제의 교체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부자 몸조심’ 차원이었다.
하지만 ‘원내 4자 협상 테이블’의 상석에 앉게 될 우상호 원내대표로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촛불로 드러난 광장의 민심을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 실수가 용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내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민주당은 3당 체제에서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라며 협상에서 다른 방향으로 튀면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 원내대표는 원내 1당으로서 협상을 주도하기 보다는 ‘조정자’ 역할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게는 ‘기호 1번‘의 징크스가 있다. 현행 기호순번제의 관행 탓에 여당은 1번, 제1야당은 2번이라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자리잡은 데다, 과거 기호 1번으로 나선 선거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4년 탄핵의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선 열린우리당은 잇단 탈당 등으로 당이 산산조각 나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다른 당에 의원을 꿔줘서라도 2번을 달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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