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어수선한 시국과 불안정한 정국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12월 25일만큼은 무턱대고 설레거나 이유 없이 들뜬 기분을 숨기고 싶지 않다. 이날 하루쯤은 거리의 캐럴을 흥얼거려보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진 한 컷에 담아보기도 하자. 가슴 속을 가득 메운 미움도 이날만큼은 저만치 덜어내보면 어떨까? 다른 이유는 없다.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달달한 가사로 설렘지수 높이고 명품 가창력으로 귀를 호강시키는 ‘크리스마스송’들과 함께 이날을 즐겨보자.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1994년 발표됐으니 무려 22년을 세월을 머금은 노래다. 그런데 매년 이 맘 때 사람들의 이어폰을 타고 흐르고 거리를 가득 메운다. ‘공식 크리스마스송’이라 일컬어도 지나침이 없는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다.
지난 21일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 팝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등 이 노래만큼은 세월을 비켜간다.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덕에 2013년 한 조사에서 누적 저작권료 약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거둬들인 대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캐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자신의 아들 모로칸 캐논(5)과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에 맞춰 춤을 추며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약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스를 만들고 있다. 모두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며 자신의 대표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창 밖을 봐요
2000년 12월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 가수들이 참여해 발매한 ‘Winter Vacation in SMTOWN.COM’의 타이틀 곡이다. 원곡 ‘창 밖을 보라’를 발랄한 느낌의 멜로디로 리메이크한 곡으로 신화, S.E.S,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보아 등 당시 SM에 소속된 정상급 가수들이 총출동해 인기를 끌었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선 당시 20대 초반의 신화 멤버들과 갓 20대에 들어선 S.E.S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데뷔한 지 4개월 된 열 네 살 보아의 앳된 목소리와 얼굴도 뮤직비디오의 볼거리다.
SM이 1999년 발표한 첫 번째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in SMTOWN.COM’ 타이틀 곡 ‘징글 벨’과 달리 ‘창 밖을 봐요’에는 H.O.T가 참여하지 않아 당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눈의 꽃
2004년 겨울 방송된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남긴 신드롬 중 ‘눈의 꽃’을 빼놓을 수 있을까? 2003년 일본의 가수 겸 배우 나카시마 미카가 발표한 정규 2집 타이틀곡으로 알려진 이 곡은 이듬해 박효신의 허스키하고 절절한 목소리와 만나 국내 팬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죽음을 앞둔 무혁(소지섭)과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은채(임수정)의 아픈 사랑은 ‘손을 마주 잡고/그 언제까지라도/함께 있는 것만으로/눈물이 나는 걸요’ 같은 가슴저린 가사로 슬픔을 배가시켰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어느 새 10여 년이 흘렀지만 이 노래의 도입부에 흐르는 피아노 소리에 여전히 이 가슴 아픈 드라마를 떠올리는 시청자들이 많다. 박효신 역시 이 곡으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후 서영은의 목소리로 리메이크 된 버전도 사랑 받았다.
하얀 겨울
겨울노래의 스테디 셀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3년 남성 듀오 Mr.2(미스터 투)가 발표한 ‘하얀 겨울’은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의 힘을 보여주는 곡 중 하나다. 2012년 김범수와 박정현이 리메이크한 ‘하얀 겨울’ 역시 원곡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 사랑 받았다. 두 사람은 2011년 ‘사랑보다 깊은 상처’ ‘사람, 사랑’에 이어 이 곡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이는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송으로 꼽히지만 사실 이 노래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그대 생각해줘 나를/지난 겨울 어느 날/함께 지내왔던 날들을/그리움에 눈물 흘러 내릴 때까지’ 같은 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이별의 아픔이 제법 흥겨운 멜로디와 더해져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니까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한 ‘크리스마스니까’는 2012년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휩쓸며 대표 크리스마스송으로 자리 잡았다. 박효신, 성시경, 서인국, 이석훈, 그룹 빅스(VIXX)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소유한 이들의 사랑 노래다.
특히 로맨틱한 목소리의 성시경, 감성을 자극하는 박효신, SG워너비의 메인 보컬 이석훈 등 가창력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든 뮤지션들이 한 곡에 목소리를 더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 받은 곡이다.
'오늘은 괜찮을까요/내 맘이 전해질까요/내리는 하얀 눈처럼/너에게 닿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설렘을 담은 가사와 포근한 감성의 멜로디가 더해져 크리스마스의 떨림을 더한다.
발매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주요 음원차트 30위권에 안착하는 저력을 과시 중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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