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것으로 교환 요구 등
흡연자 대부분 혐오감 표시
일부는 “불편해도 곧 무뎌질 것”
다음달 중순부터 전국서 유통
“어, 이제 (경고그림) 붙나 보다.”
경고그림이 붙은 담배 판매 첫날인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간식을 사러 온 여성 2명이 담배 진열대를 보더니 웅성거렸다. 이 편의점은 경고그림이 붙어있는 담배가 우선 판매되는 서울 지역 편의점 5곳 중 한 곳. 편의점에는 100여종이 넘는 담배 중 경고그림이 부착된 11종이 듬성듬성 진열돼 있었다.
처음으로 경고그림을 접한 시민들은 대부분 혐오감을 표시했다. ‘팔리아멘트 아쿠아5’를 구매한 이관식(56)씨는 점원이 경고그림이 붙은 담배를 건네자 그림이 없는 담배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씨가 처음 집어 든 담뱃갑에는 상단 부분에 ‘피부노화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경고문구와 뽀얀 비흡연자 피부와 시커멓고 주름이 깊게 팬 흡연자 피부를 대조시킨 그림이 붙어 있었다. 20년간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워왔다는 이씨는 “그림이 혐오스러워 다른 걸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혐오감 탓에 경고그림 도입을 계기로 금연하겠다는 흡연자들이 꽤 많았다. 하루 반 갑씩 10년째 흡연 중이라는 김모(29)씨는 “솔직히 꺼림직하다”며 “모든 담배들에 경고그림이 붙게 된다면 끊고 싶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초반 흡연자인 이모씨도 “주위에서 끊으라는 이야기도 있고, 담뱃갑 경고그림도 신경 쓰여 이 참에 끊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경고그림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구매를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고그림을 도입한 주요 국가들은 경고그림 도입 이후 흡연율이 최대 13.8%포인트(브라질), 평균 4.2%포인트 감소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올해는 담뱃갑 경고그림, 증언형 금연 광고 도입 등 비가격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일정 정도 흡연율을 떨어뜨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고그림을 보고도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흡연자들도 있었다. 30년 동안 담배를 피어왔다는 김모(51)씨는 “경고그림이 붙은 외국 담배를 선물로 자주 주고 받아서인지 별 느낌이 없다”며 “이것 때문에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년 경력 애연가라는 기모(44)씨도 “가격이 올랐을 때랑 비슷하게 처음에 흡연자가 반짝 줄어들지 모르나 흡연자 감소세는 곧 무뎌질 것”이라며 “보기에는 불편하지만 담배 케이스로 경고그림을 가리고 담배를 계속 필 것 같다”고 밝혔다. 편의점 관계자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는 한 담배를 사던 분들은 계속 담배를 살 것 같다”며 “매출의 80%가 담배일 정도로 담배가 잘 나가는데 아직까지는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비흡연자들은 경고그림 담뱃갑 도입에 한결같이 반색했다. 직장인 장모(28)씨는 “경고그림을 잘 도입한 것 같다”며 “외국처럼 그림 크기를 더 키워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모(28)씨도 “길거리에서 너무 당당하게 담배를 피시는 분들이 많아 불쾌했다”며 “경고그림 도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지역 5개 편의점 판매를 시작으로, 경고그림이 없는 담배 기존물량이 소진되는 다음달 중순쯤 전국에 경고그림이 붙어있는 담배가 유통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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