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공간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중에게 필요한 ‘교양’이란 무엇일까.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교양은 산업화 시대에 축적한 단순한 지식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교양이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식의 가치를 판단해 그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바꾸어 말하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사물과 사리를 판단하고, 자신의 인생을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새 시대에 맞는 새 교양에 주목했다. 저술 부문의 세 수상자가 세상의 변화를 애써 무시하고 과거의 것을 고집하는 강단 학자가 아닌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닐 것이다. 저술 학술 부문의 단독 수상작인 ‘중력파-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오정근)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예견됐던 중요한 핵심 과제인 ‘중력파’를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서술한 학술서이다. 저술 교양 부문 공동수상작인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는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인 청년세대의 창조성이 빛나는 책이다. 이런 책이 과연 ‘교양’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의 생존 자체를 다룬 것이 교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술 교양 공동수상작인 ‘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은 우리 속담에 천착한 이의 오랜 공력이 드러나는 책이다.
어린이ㆍ청소년의 공동수상작인 ‘다윈 영의 악의 기원’(박지리)은 여전히 보릿고개 시절의 성장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청소년 문학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주제와 무대를 다루려는 작가의 상상력이 빛나는 책이다. 다만 작품의 밀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부문 공동수상작인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그림책의 성취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술 부문에 비해 편집 부문과 번역 부문은 많은 논의를 필요로 했다. 편집 부문은 편집자의 발랄한 상상력과 양서를 꾸준히 펴내온 출판사의 신뢰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입체적인 지도를 활용한 안정감 있는 편집이 돋보이는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를 선정했다. 번역 부문으로 선정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은 지금 시점에 일본 작가의 전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현재적 의의와 함께 번역자 개인의 공력과 경력에 주목했음을 밝혀둔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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