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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그리운 한국의 영화문화

입력
2016.12.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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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엔 두 달 동안 미국에서 머물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는 것은 자주 생기는 일이 아니다. 평화롭고 조용한 환경, 깨끗한 공기, 눈이 쌓이는 자연의 모습 등을 즐기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다. 두 달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으로서 내가 한국에 대해 그리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의 특별한 영화문화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관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기회가 많다. 극장에 가면 항상 관객들이 많다. 식당이나 카페에 앉아있으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들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영화제도 많고 영화 관련 행사도 많다.

이곳 매사추세츠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영화를 보는 것이 공동의 활동이라는 느낌보다는 개인적인 취미에 가깝다. 한국에서 큰 영화가 개봉하면 온 나라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SNS에 의견과 토론이 오가며, 언론에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물론 미국에서도 ‘로그 원’ 같은 큰 영화가 개봉되면 많은 관객이 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나중에 TV로 보기도 한다. 소수 영화 마니아들만 극장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지 잘 알고 있다.

영화와 관객에 대한 관계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한국 감독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노력하면서 동시에 한국사회에 대한 하고 싶은 얘기를 담는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봉한 ‘판도라’는 한국사회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확실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영화가 영화 만드는 사람과 관객간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 관객을 타깃으로 만든다. 그렇게 해서 돈을 더 많이 벌지만 미국감독과 미국 관객 사이에 관계가 한국만큼 가깝진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미국영화 문화와 한국영화 문화의 차이점은 오스카상의 거대한 영향력이다. 미국언론이 오스카상에 대해 집중 보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국 영화문화의 장점처럼 보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스카 시즌의 보도는 옛날보다 더욱 열정적이 되었고 수많은 기자와 블로거들이 어떤 영화와 배우가 상을 탈지 예측을 내놓는다. 오스카상은 영화 개봉 시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을 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으면 연말에 개봉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오스카 시상식의 비중이 너무나 커져서 미국 영화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오스카 전망에 편중되면서 일반사람들은 영화평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고 선댄스 외에는 미국에서 영화제들이 그다지 관심을 많이 받진 못한다. 한국처럼 영화에 대한 토론이 특정 시즌에서만 집중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영화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것 같다.

한국에서 영화 보는 것에 대한 또 다른 그리움이 있다. 관객이 영화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방법이 미국과 차이가 있다. 이달 매사추세츠 주에서 할리우드 신작을 보러 여러 번 극장을 다녀왔지만, 상영관이 꽉 차 있어도 관객들의 반응은 조용한 편이었다. 한국 사람들도 영화를 보면서 감탄사 같은 소리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부분에서는 재미있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것들 때문에 한국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조금 더 실감 난다.

물론 작고 평범한 마을이 아니고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에 있다면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는 영화문화를 미국 안에 또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달에 다시 서울에 가서 영화에 빠질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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