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감독 데이미언 셔젤)에 이어 21일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감독 가스 제닝스)이 첫 선을 보이며 연말 극장가가 음악으로 물들고 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수준급 노래와 악기 연주 실력을 뽐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많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영화 속에서 ‘깜짝’ 노래 실력을 선보인 배우 14명을 최근 선정했다. 일부는 그간 숨겨졌던 음악적 재능을 재조명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어설프고 미숙한 모습으로 혹평을 피하지 못한 배우들도 있다.
매슈 매코너헤이: ‘씽’(2016)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새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에서 매슈 매코너헤이는 버스터 문 역할을 맡았다. 버스터 문은 세계 최대의 노래 경연을 개최함으로써 한때 잘 나갔던 문(Moon) 극장을 되살려보려는 코알라이다. 매코너헤이는 영화 속에서 칼리 레이 젭슨의 ‘콜 미 메이비’(Call Me Maybe)를 부르며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씽’에서는 유명 가수 케이티 페리와 에어로스미스, 레이디 가가, 샘 스미스, 니키 미나즈의 곡 등 총 64곡의 팝 음악이 다뤄진다. 리즈 위더스푼과 세스 맥팔레인, 스칼렛 죠핸슨, 태런 에저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직접 불러 눈길을 끈다.
드웨인 존슨: ‘모아나’(2016)
근육질 몸매에 강인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영화 배우이자 프로레슬링 선수인 ‘더 락(The Rock)’ 드웨인 존슨이 이렇게 노래를 할 수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로 액션 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던 그가 이번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국내 1월 개봉)에서 전설 속 영웅 마우이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모습을 선보인다. 그는 영화 속에서 현대적인 느낌과 하와이 전통 음악의 느낌을 한데 섞은 곡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엠마 스톤: ‘이지 A’(2010), ‘라라랜드’(2016)
엠마 스톤이 독보적인 음색을 지녔다는 점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영화 ‘이지 A’가 개봉하기 전엔 대부분 그의 숨겨진 재능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방송된 미국 케이블 방송사 VH1의 탤런트 발굴 프로그램 ‘새로운 패트리지 가족을 찾아서(In Search of the New Partridge Family)’에 출연하여 이미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덕분에 이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든 ‘더 패트리지 패밀리’에서 역할을 따낼 수 있었다. 첫 주연작인 ‘이지 A’에서 부른 ‘노크 온 우드’(Knock on Wood)는 그녀가 기립 박수를 받은 곡이다.
라이언 고슬링: ‘블루 발렌타인’(2010), ‘라라랜드’(2016)
라이언 고슬링은 최근 개봉한 ‘라라랜드’에서 노래는 물론 피아노 연주와 탭 댄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음악적 재능을 알렸다. 하지만 그가 처음 가창력을 선보인 곳은 영화 ‘블루 발렌타인’이다. ‘노래를 못 하겠다’며 어설픈 모습으로 공연을 시작한 고슬링이 거리에서 펼친 즉흥적인 우쿨렐레 연주는 예상외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스스로 노래하기 위해 ‘바보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바로 그 ‘바보 같은’ 비브라토가 그에게 독특한 소리를 선사했다.
리처드 기어: ‘시카고’(2002)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시카고’는 당시 캐서린 제타 존스, 르네 젤위거, 리처드 기어, 퀸 라티파, 타이 딕스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에 올랐다. 사실 기어는 뮤지컬 극장에서 그의 연기 경력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대부분 그를 ‘프라이멀 피어’(1996)나 ‘사관과 신사’(1982)와 같은 작품 속 역할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그가 보여준 노래 실력은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고, 연기 극찬을 받으며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맨다 바인즈: ‘헤어스프레이’(2007)
2007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존 트라볼타, 크리스토퍼 월켄, 미셸 파이퍼, 제임스 마스던, 잭 에프론, 퀸 라티파, 브리타니 스노우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라티파와 트라볼타, 에프론이 전작에서도 노래하는 역할을 맡아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것과 달리, 어맨다 바인즈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가창력을 선보였다.
새러 힐랜드: ‘애니’(1999)
새러 힐랜드는 미국 ABC 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헤일리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그가 체인스모커스의 ‘클로저’(closer)를 커버한 곡이 입 소문을 타며 뛰어난 가창력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첫 음악적 도전은 영화 ‘애니’였다. 영화에서 몰리 역을 맡은 그녀는 ‘잇츠 어 하드-노크 라이프’(It's a Hard-Knock Life)와 ‘네버 풀리 드레스드 위드아웃 어 스마일’(Never Fully Dressed Without a Smile) 등 고전 명곡들을 불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페인트 유어 웨건’(1969)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9년 뮤지컬 영화 ‘페인트 유어 웨건’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다. 그는 모험적인 카우보이 역할을 잘 소화해냈지만, 그의 솔로 곡 ‘아 토크 투 더 트리스’(I talk to the trees)는 썩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일부는 2004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사회자였던 배우 빌리 크리스탈이 이스트우드에게 다시는 노래하지 말라고 간청한 이유로 인용하기도 한다.
조니 뎁: ‘스위니토드’(2007)
연쇄 살인마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할이 조니 뎁이 줄곧 맡아온 기괴하고 어두운 캐릭터에 딱 들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은 그가 노래라는 새로운 도전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우려했다. 그가 이전 맡아온 역할들은 그에게 스크린에서 노래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뎁은 보란 듯이 노래를 소화해낸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 들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휴 그랜트X드류 베리모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2007)
휴 그랜트는 영화 속에서 왕년의 팝 스타 알렉스를 연기했다. 소피(드류 베리모어)에게 자신을 위한 곡을 쓰도록 다그쳐서 다시 한번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소피가 노래하기에 완벽한 목소리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는 두 배우 모두 노래를 배워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랜트는 “노래는 차라리 쉬웠고, 나에겐 춤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노래하는 탐정’(2003)
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노래하는 탐정’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다. ‘아이언맨’과‘셜록 홈즈’ 등으로 대중에게 더욱 친숙해진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평론가들로부터 부정적인 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가창력이 훌륭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맷 데이먼: ‘리플리’(1999)
영화 ‘유로 트립’(2004)의 주제곡 ‘스코티 더즌트 노우’(Scotty Doesn’t Know)는 사실 더빙된 것이며 맷 데이먼의 진짜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리플리’에서 데이먼은 노래를 직접 부르며 감동적인 연기를 선사한다. 당시 영화를 위해 주드 로는 색소폰을, 데이먼은 피아노를 배웠지만, 최종적으로 삽입된 피아노 연주는 더빙된 버전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비긴 어게인’(2013)
‘비긴 어게인’은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룹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첫 연기를 선보인 영화이다. 존 카니 감독은 리바인의 연기에 대해서는 칭찬했지만, 나이틀리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다시는 슈퍼모델(키이라 나이틀리)과 작업하지 않겠다”며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문제는 키이라가 가수도 아니며 기타 연주자도 아니라는 점”이라며 “뮤지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짜 음악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카니 감독은 “관객들 역시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키이라가 기타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처럼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뮤지션이나 노래와 악기 연주를 잘 할 수 있는 배우와 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이틀리의 감성적인 보컬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비긴 어게인’은 흥행에 성공했고, 감독은 훗날 이전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최유경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