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매출 100만원 미만도 20%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 절반 이상의 매출이 4,600만원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곳 중 1곳은 한달 매출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극심한 불황 속에 전 연령대에서 자영업자가 줄어들었지만, 은퇴 후 생활 유지를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60대 자영업자만 ‘나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세무서에 등록해 사업 활동을 하는 자영업체는 479만개로 1년 전에 비해 0.2%(1만2,000개) 감소했다. 전체 자영업자를 매출액 구간별(종합소득세 과표기준)로 구분하면 연매출 1,200만~4,600만원 미만이 전체의 30.6%를 차지했다. 연매출 1,200만원 미만이 21.2%로 그 다음이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51.8%가 한해 4,600만원 미만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통계에서 사용한 매출은 임대료, 종업원 임금, 원가 등 각종 비용을 제하지 않은 수치인 만큼 자영업자가 거둬가는 실질 수입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자영업자의 사업 여건도 영세했다.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고용주 단독사업자가 392만8,000명으로 전체의 82.0%에 달했다. 1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는 5만8,000명(1.2%)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총 고용 규모는 335만5,928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5% 감소했다. 대다수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가 열악하기 때문에 추가로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무급 가족종사자’는 고용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만큼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고용 규모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내수 위축 등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자영업 신규 진출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업기간 1년 미만인 자영업체는 63만7,000개로 전년과 비교해 3만3,000개(4.9%) 감소했다. 1년 미만 자영업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0%에서 13.3%로 줄었다.
다만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자영업 신규 진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60대 자영업자는 1년 전에 비해 2.0% 증가한 11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0.8%), 40대(-1.5%), 50대(-0.2%) 등 전 연령대에서 창업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은퇴 후 노후 준비가 미흡한 탓에 60대가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황 속에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자영업자 수가 크게 감소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서울의 자영업자 규모는 104만3,000명으로 전년(106만6,000명)에 비해 2만3,000명(2.1%) 줄었다. 감소율 기준으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대전(-1.0%) 광주(-0.7%) 대구(-0.3%) 인천(-0.2%) 등도 자영업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세종에서는 1년 사이 자영업자가 3,000명 늘어나며 증가율이 22.9%에 달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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