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가전업체 영업비밀을 빼돌려 미국에 회사를 차린 전직 한국계 미국인 임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유명 가전업체 A사의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 영업기술을 유출해 미국에서 같은 사업을 진행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위반 등)로 미국 국적의 신모(42)씨 등 6명과 신씨가 세운 미국법인 B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A사 신사업 기획을 위해 전무로 스카우트 된 신씨는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수익성이 커 보이자 그는 올해 1월부터 도면이 담긴 ‘공정 흐름도’와 ‘미국 내 시장조사 결과물’ 등 영업비밀을 빼돌렸다.
신씨는 A사가 더 이상 사업을 추진 못하도록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부장 및 핵심 연구원 5명을 지분 제공을 미끼로 범행에 끌어들였고, 이들은 회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 3월부터 순차적으로 퇴사했다. 이후 확보한 핵심 기술을 토대로 미국에 B사를 세운 신씨 일당은 국내에서 투자금 10억원을 유치한 뒤 시제품까지 개발했다.
A사 측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경기 용인시에 있는 B사 한국지사를 압수수색해 신씨 일당을 검거했다. 신씨는 경찰조사에서 “A사 제품과 우리 것은 다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측은 영업비밀이 유출돼 해외시장을 선점 당할 경우 5년간 1조5,0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범행을 감출 목적으로 자료를 회사 것이 아닌 개인 이메일과 노트북으로 주고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국내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가정보원 등과 공조해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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