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해 교사들 “훈계 방식일 뿐”
“치마 벗고 엉덩이 한번 맞으면$”
학생 체벌 과정 등서 극도 수치심
교장 등 관리직의 성추행 많아
주도적으로 묵인ㆍ은폐 가능성도
2. 학생들이 직접 SNS서 폭로
고교생 10% “성희롱 경험 있다”
교육부는 뒤늦게 대책수립 나서
“치마를 벗고 엉덩이를 한번 맞으면 봐주겠다.”
A양은 고1이던 2013년 10월 등교시간 교문지도를 하던 교장 B씨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양이 지각을 하자 B씨가 징계를 빌미로 황당한 요구를 해온 것. A양은 엄청난 성적 수치심을 느꼈지만 이렇다 할 사과도 받아낼 수 없었다. 보다 못한 다른 교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고, B씨는 인권위 조사를 받은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과했다.
인권과 자유를 배워야 할 학생들이 여전히 교사가 휘두르는 성폭력에 멍들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중학교 2곳의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명 제보 계정을 만들어 교사들의 성희롱 실태를 폭로했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공립고 남자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넘었지만 강력한 재발 방지책도 없다. 곪을 대로 곪아야, 수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당한 뒤에야 학교 현장의 비인권적 행태가 드러나는 몰상식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교사들에 의한 학교 내 성범죄는 위계관계에서 비롯돼 저항이 쉽지 않다. 특히 교장 교감 등 인사권이나 징계권을 가진 보직교사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학생도, 심지어 교사도 문제 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내부 감시 역할이나 공식적인 구제 창구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인권위가 2015년까지 15년 간 접수된 학생 대상 교사의 성희롱 진정 24건을 분석했더니, 교장(3건) 교감(1건) 학생부장(2건) 등 교내 관리직에 의한 사건이 6건이었다. 이수연 인권위 여성인권팀장은 “학생과 교사의 학교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의 보직교사(관리자)들이 가해자일 경우 사건을 주도적으로 묵인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발생한 학교 성희롱 사건도 교장이 사건을 덮었다가 해임됐다.
가해 교사들이 자신의 언행을 ‘예전엔 통용되던’ 훈계나 지도 방식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인권위 조사에서도 지도나 체벌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여성청소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가해 교사들은 ‘모범생이라 칭찬한 것이다’, ‘예뻐서 그랬다’ 등 혐의 자체를 부인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 탓에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 성폭력은 여전하다. 인권위가 올 8~10월 중고생 6,1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고등학생 중 9.5%(330명), 중학생 중 6.2%(16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욕설이나 비하 발언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고등학생의 37.8%(1,317명), 중학생의 30.2%(789명)가 그런 경험이 있거나 목격했다고 밝혔다. 조사를 총괄한 김현수 한양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교사의 학생 성희롱 문제는 신속한 대책을 요구하는 영역”이라며 “학생이 당할 정신적 타격을 고려할 때 강력한 징계 및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교육부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시도교육청 교원 징계 및 복무 담당자회의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도 대책 수립을 위해 부랴부랴 실태조사 방안을 내놨다. 관내 사립중학교와 공립중학교 11곳씩 22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해당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 현황을 설문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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