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기관 7곳 감사 결과
시중은 3곳과 3000억 공동대출
보유주식 등 담보 설정 불구
채권 보전 대책없이 해지 승인
“관련자 2명 정직 처분 요구”
산업은행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80억원대 자산에 설정됐던 대출 담보를 별다른 대책도 없이 제멋대로 풀어줘 결과적으로 최 전 회장의 자산도피를 도운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를 포함한 금융감독원, 산은,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7곳에 대한 감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2013년 12월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시중은행 3곳과 함께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에 3,000억원을 공동 대출(신디케이트론)했다. 채권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최 전 회장의 개인주택(23억원)과 보유 주식(61억원) 등 84억원 상당의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그런데 산은의 A팀장은 당시 나머지 은행들에 알리지 않은 채 한진해운 측과 ‘최 회장이 추후 대표이사직을 상실하면 개인자산 담보 등을 해지해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 7월 최 전 회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며 A팀장과의 약속을 근거로 산은에 담보 해지를 요청하자, 산은은 그 해 10월 담보 해지를 승인했다. 특히 산은은 다른 은행이 담보 해지 과정에서 사실상 반대인 ‘보류’ 입장을 세 번이나 냈는데도 묵살하다가 결국 ‘동의’ 입장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아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조만간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 산은 등 채권은행들은 빌려줬던 돈을 돌려 받기 어렵게 됐다. 감사원은 “산은이 ‘기업대출세칙’에 따라 채권보전에 지장이 없는 지를 면밀히 검토해 담보 해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도 채권보전 대책 없이 이를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A팀장 등 관련자 2명을 정직 처분을 할 것을 산은에 요구했다.
한편 금감원은 기업의 대출사기 방지 조치를 허술히 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은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이용한 대규모 대출사기사건(2014년 모뉴엘 사태)이 발생하자 지난해 말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 등을 마련했다. 상거래를 가장한 대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3월 한달 간 은행 다섯 곳이 취급한 구매자금 대출 등 결제성 여신 3조4,905억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 세금계산서가 없거나 상거래 금액보다 많은 돈을 대출해준 부당ㆍ부적격 대출이 9%(3,168억원)에 달했다. 또 금감원이 만든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 역시 주먹구구로 운영돼 세금계산서 100건이 중복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