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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와 푸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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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와 푸틴의 세계

입력
2016.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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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국정부는 2006년 런던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정부 활동을 해온 그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푸틴 대통령의 승인 하에 암살했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는 반발했지만, 푸틴 정권에서 숱하게 벌어진 정적 암살이 권력의 비호 아래 자행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암살은 제정 러시아 때부터 횡행했다. 표트르 3세와 그의 아들 파벨 1세를 비롯해 대부분의 황제가 암살되거나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확고하던 소련 시절 암살은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다당제의 러시아로 바뀌면서 부활했다.

▦ 푸틴의 공작은 암살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에 반대하는 나라의 선거에 개입해 정권 교체를 꾀하는가 하면 언론사를 해킹해 여론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친러시아 정당을 지원하기 위해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 해킹 공격을 감행한 우크라이나 대선이 대표적이다. 내년 총선을 치르는 독일은 러시아가 시리아ㆍ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메르켈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에 비상이 걸렸다.

▦ 러시아가 클린턴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민주당을 해킹해 대선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미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킹의 배후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고, 미국 의회도 초당적으로 ‘러시아 게이트’를 조사할 움직임이다. 국무장관 시절 우크라이나ㆍ시리아 사태를 강력 비판하고, 푸틴의 압승으로 끝난 2011년 러시아 총선을 부정 선거로 규정한 클린턴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러시아정부의 해킹 연루를 사실로 밝힌 미국 정보기관들은 트럼트 당선자와 푸틴 정권과의 결탁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 이번 사태는 그렇잖아도 취약한 트럼프 정권의 정통성에 또 하나의 큰 악재지만 트럼프와 푸틴의 ‘연대’가 앞으로 어떤 격변을 몰고 올지가 더 걱정이다. 선거 기간 트럼프 캠프가 푸틴과 접촉해 클린턴 인사들에 대한 이메일 해킹을 부탁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소련 해체 이후에는 후신인 FSB 국장을 지내면서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오로지 음습한 정보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푸틴의 공작 정치와 트럼프의 영혼 없는 정치가 빚어낼 합작품의 전조가 아닐까.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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