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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심 일깨워 준 유엔특별보고관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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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심 일깨워 준 유엔특별보고관에게 감사”

입력
2016.12.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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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유엔총회

유엔 특별보고관 방한 당시 통역을 맡았던 일을 계기로 기자가 된 전직 경찰관이, 경찰 내부를 비판하는 서한을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집회ㆍ결사 자유 실태 조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이 경찰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임보영(28)씨가 최근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경찰에서 기자로 전직하게 된 이유가 키아이 특별보고관 때문이라며 그에게 감사 서한을 보냈고, 키아이 특별보고관이 최근 이를 온라인 상에 공개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임씨 서한을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 방문 동안 우리가 만났던 경찰관으로부터 온 고무적인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서한에서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숨진 농민 고 백남기씨 사례를 꺼냈다. 그는 “당신이 한국에 오기 전 저는 경찰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에 빠진 고 백남기씨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했다”며 “당신의 경찰청 방문 조사는 백씨와 같은 시민으로서 저의 양심을 다시 일깨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임씨는 “그날 저는 경찰 지휘부가 시민의 생명보다 정권의 체면을 살리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이미 부패하고 정치화된 조직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보다는 조직 바깥에서 압력을 가해 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경찰 개혁을 위해 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경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경찰을 그만 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임씨는 키아이 특별보고관이 다녀 간 두 달 뒤인 3월경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앞으로는 기자로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고통 받는 자를 위로하고 기득권층을 감시하는 일에 헌신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나의 양심을 깨워 준 당신에게 감사한다”고 재차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서한을 마무리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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