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체로도 5년 만의 첫 인하 ‘기현상’… 손해율 개선 때문
상대적 여유 대형사는 “검토중”… “중소형사는 인하 쉽지 않을 듯” 전망
자동차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가 손해보험업계를 통틀어 무려 5년 만에 처음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로 했다. 매년 오르기만 반복하던 자동차보험료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삼성화재는 이달 31일부터 신규가입자(갱신계약 포함) 기준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3% 인하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인용은 기존보다 2.7%, 업무용은 1.6%, 영업용은 0.4%씩 각각 인하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 들어 제도개선과 보험료 인상 등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이 낮아져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82.6%에서 올해 9월 78.5%로 떨어졌다. 여전히 손익분기점(통상 77%)을 웃돌지만 사업비를 줄여 손익을 맞췄다는 게 삼성화재의 설명이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이 통상 100%를 넘으면 적자가 발생하는데, 지난해 103.1%에 달했던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도 올해 10월 98.4%로 낮아졌다.
삼성화재의 보험료 인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자동차보험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앞서 5년 전인 2012년 4월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선제 인하하자 업계 전체적으로 2.5% 가량 보험료 인하가 이뤄진 후, 자동차보험료는 계속 오르기만 했다.
이번에도 업계 1위 삼성화재가 나선만큼 그간 보험료 인상 추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작년 말부터 줄줄이 보험료를 올려왔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현대해상(작년 9월 87.8%→올 9월 80.7%), 동부화재(86.6→80.7%), KB손해보험(86.4→80.0%), 메리츠화재(91.3→83.1%) 등 대형사들의 손해율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손해율 개선 추이를 살피며 적정 인하 수준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보험료를 낮추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손해율이 아직 높은데다, 겨울철 폭설ㆍ혹한 등 악재도 많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량 가입자가 많고 다른 영업으로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삼성화재 등 대형사와 달리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형사들은 인하 여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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