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라 대통령 집권 연장 반대하는
시위대에 실탄 발포… 26명 사망
野 “집권 연장 시도는 쿠데타 해당
더 이상 대통령 인정할 수 없어”
조셉 카빌라(45)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장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군경을 동원해 무력 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카빌라 정권을 반대하는 시위가 더욱 격화함에 따라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콩고 내전(1996~2003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콩고 군경은 20일(현지시간) 수도 킨샤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전날 임기가 만료된 카빌라 대통령의 집권 연장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향해 발포해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콩고 군경이 킨샤사와 고마, 루붐바시 등 도시에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쐈다”며 “군인들이 근접거리에서 조준 사격했다는 목격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빌라 대통령이 유혈진압에 나서면서 반정부 시위도 무력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콩고 남부 루붐바시에서는 이날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무력 충돌이 빚어져 경찰 1명과 시민 1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고, 중부지역인 카낭가에서는 정부군과 반정부 성향의 민병대가 충돌해 한때 공항이 폐쇄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킨샤사와 루붐바시 등의 주요 도로에서 타이어를 불태우고 바리케이드를 세우며 군경의 진압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14살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거리에서는 온통 ‘카빌라, 너의 임기는 끝났다’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콩고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카빌라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 불법이라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카빌라 대통령은 선친인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이 2001년 암살된 뒤 집권해 두 번의 재임 기간을 거쳐 이달 19일 자정을 기준으로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카빌라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월 미등록 유권자 수백만명의 투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11월로 예정됐던 대선을 2018년 4월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콩고 헌법재판소가 카빌라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는 대선 전까지 임기 연장을 보장받았다.
콩고 야당 지도자인 에티엔 치세케디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카빌라 대통령의 집권연장 시도는 쿠데타에 해당한다”며 “콩고 국민이 더 이상 카빌라를 대통령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콩고 국민들이 카빌라의 쿠데타에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면서도 “무력 행위를 자제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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