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직원들의 육아휴직과 이후 복귀 비율이 극과 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제도가 열악한 병원은 4명 중 1명만 육아휴직을 갔고, 그나마도 10명 중 1명꼴만 일터로 돌아왔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지만 보다 중요한 건 여전히 변치 않는 그릇된 인식이다.
21일 정부가 병원 100곳(가임 여성 근로자가 100명 이상)을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성보호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되는 우수병원 10곳은 평균적으로 출산휴가자 96.1%가 육아휴직을 썼다. 반면 관련 제도가 미비한 부진병원 10곳은 25.6%에 그쳤다. 휴직 후 직장에 복귀한 비율도 우수병원은 87.7%였지만, 부진병원은 11.0%에 불과했다. 우수병원은 100명 중 1명이, 부진병원은 4명 중 1명이 아기를 갖거나 낳은 뒤 그만뒀다.
이런 격차는 근로시간 단축, 직장어린이집 운영, 대체인력 지원 등 해당 병원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직장맘을 배려하느냐에 달려 있다. 간호사 경력 15년의 A씨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이 아니고서야 내 계획대로 아이를 갖고 육아휴직을 하는 간호사는 극히 드물어 병원 대신 기업이나 유관기관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간호사는 신입직원의 31%가 그만 두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사회에는 아직도 순서를 정해 임신을 하는 순번제도 등 구태가 남아있다.
정부는 이날 의료계와 함께 ‘병원업종 일ㆍ가정 양립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합동 토론회’를 열고 7대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야간 및 교대근무 특성을 반영한 직장어린이집 설치 운영 ▦임신 근로시간 단축, 시간선택제도 등 유연근무제 활용 ▦병원업종의 원활한 인력수급 방안 강구 등이다. 근로여건 개선만큼 절실한 건 병원 경영진들의 인식 변화와 의지다. 김종철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대체인력 비용 지원 등 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제도만 잘 활용해도 병원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직장맘들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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