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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 SS, 귀여운 '범블비'를 벗고 상남자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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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 SS, 귀여운 '범블비'를 벗고 상남자로 돌아오다

입력
2016.12.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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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ℓ V8 엔진 달고 최고출력 453마력, 62.9kg∙m의 파워

고속 영역에서 아메리칸 포니카의 진가 발휘

4개의 주행모드와 마그네틱라이드 댐퍼의 적절한 조화

쉐보레 카마로 SS. 한국GM 제공
쉐보레 카마로 SS. 한국GM 제공

누군가 합리적인 가격의 화끈한 스포츠카를 찾는다면 쉐보레 카마로 SS를 추천한다. 신형 카마로 SS는 지난 6월 부산모터쇼 때 배우 겸 레이서인 안재모가 무대 위로 끌고 나오면서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곧 5,098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사전 계약 가격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6.2ℓ V8 엔진을 단 최고출력 453마력짜리 스포츠카를 5,000만 원대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은 힘센 차를 찾는 사람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사실 이 가격은 한국만을 위한 특가는 아니다. 카마로는 미국에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는 포니카로 널리 팔리고 있다. 미국에선 터보엔진이 달린 275마력 모델이 2만7,000달러, 335마력 모델은 2만8,500달러, 455마력 모델은 3만7,000달러다.

무대를 떠나 도로에서 만난 쉐보레 카마로 SS. 먼저 외관부터 훑어보자. 헤드램프와 아래 범퍼는 가느다란 눈매와 꾹 다문 입을 생각나게 한다. 예전에 까불거리던 ‘범블비’가 아님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평평한 보닛 위로 공기의 흐름에 따라 그어진 캐릭터 라인은 찌푸린 미간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C 필러와 뒷바퀴를 불룩하게 감싼 펜더다. 이들 덕분에 차 전체가 마치 발사된 로켓처럼 뒤로 퍼져 나가는 모습이다. 뒤에서 봤을 때도 볼륨감을 더해 우락부락한 느낌을 자아낸다.

HID 헤드램프 및 시그니처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HID 헤드램프 및 시그니처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실내에 들어서자 등받이 가운데에 박힌 ‘SS’로고가 첫눈에 들어온다. 앉자마자 이 차의 캐릭터가 확 느껴진다. 버킷 시트의 포지션은 낮은 편이다. 전동으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요추 지지대가 없지만, 쿠션이 두툼하게 들어가 있어 장거리 운전에도 크게 피로하지 않다. 센터페시아 버튼 배치는 심플하다. 강아지 귀처럼 쫑긋 올라온 계기반 덮개도 귀엽다. 등받이 날개는 부드럽게 뒤에서 껴안는다. 운전석이 아닌 조종석에 꽉 차게 들어앉은 느낌이다.

외모와는 달리 실내는 전반적으로 튀지 않고 간결한 느낌이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협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쉬운 게 있다면 커다란 사이드미러다. 필요 이상으로 커 양옆 시야를 방해한다. 바닥을 보고 있는 중앙 디스플레이의 각도는 불편하다. 송풍구의 위치도 거슬린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이 낮게 깔려 오른쪽 다리와 닿는다. 무릎 관절이 시린 사람은 송풍구 방향을 돌려놓으시길.

인테리어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인테리어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시동을 걸면 V8 엔진이 우렁찬 포효와 함께 차체를 흔들고 다시 성질을 죽인다. 주행모드는 투어·스포츠·트랙·웨트/아이스로 이뤄져 있다. 워낙 스포츠 특성이 강한 차라 각 모드의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나 트랙 모드로 달린다고 해서 갑자기 성난 야생마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트랙 모드에서도 상황에 따라 4개의 실린더는 쉬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마그네틱 라이드 댐퍼가 얼마나 힘을 주고 빼면서 차를 안정감 있게 잡느냐다. 이는 물리적인 속도가 같더라도 체감 속도를 다르게 한다.

카마로 SS는 스포츠 모드에서 가장 자유로워진다. 서스펜션은 투어 모드에 비해 좀 더 경직돼 차가 달리는 노면이 어떤 모양인지 꼬리뼈로 감지할 수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아스팔트 바닥이라도 만나면 ‘물 만난 물고기’가 된다. 하이라이트는 트랙 모드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카마로 SS가 야생마라면 트랙 모드에선 경주마다.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에서의 텐션을 그대로 가져가고 차는 노면에 좀 더 달라붙는다. 캐딜락 ATS와 CTS도 만들어내는 알파 플랫폼의 강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탠션 타입 스포일러와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스포츠 캐릭터를 더한다.
스탠션 타입 스포일러와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스포츠 캐릭터를 더한다.

V8 엔진의 울음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엔진회전수를 최소 3,000rpm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가 이 영역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직접 단수를 낮추며 엔진회전수를 쭉쭉 올리면 마치 개틀링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V8의 고동 소리와 배기음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이 차의 진짜 모습은 고속에서 나타난다. 총알을 마구 쏘는 스티어링휠에서 잔진동이 있지만 차는 흔들림이 없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아도 ‘어디 해볼 테면 더 해봐’라고 속삭이며 계기반의 바늘을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카마로는 전 세계에서 1년에 8만대 이상 팔리는 대중적인 스포츠카다. 이번 6세대는 변혁보다 변화를 택했다. 미국에선 포드 머스탱과 오랫동안 신경질적인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시장과 문화가 달라 포니카의 존재감 자체가 약하다. 그런데 카마로 SS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지난 부산모터쇼 공개 이후 11월까지 604대가 팔려나갔다. 경쟁 모델인 포드 머스탱 GT는 올해 11월까지 196대가 팔렸다. 가격도 그대로다. 2017년형 쉐보레 카마로 SS의 가격은 5,098만 원, 볼케이노 레드 패키지는 5,178 만 원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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