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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러, 뿌리깊은 적대관계 재연... 위기 몰린 에르도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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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러, 뿌리깊은 적대관계 재연... 위기 몰린 에르도안 대통령

입력
2016.12.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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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의 피격 사망 사건은 러-터키 관계에 대한 도발이자 비열한 범죄라고 비난하고 "러시아 대응은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의 피격 사망 사건은 러-터키 관계에 대한 도발이자 비열한 범죄라고 비난하고 "러시아 대응은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시리아 문제 이해관계 밀접 탓

“큰 영향 받지 않을 것” 의견도

귈렌 배후로… 美와 충돌 가능성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19일(현지시간) 피살되며 터키와 러시아, 시리아와 미국의 4자 관계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신(新) 밀월관계’를 쌓아가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각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양국 사이에 누적된 반감이 폭발할 경우 복잡하게 뒤엉킨 4자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대사 저격 사건은 양측의 뿌리깊은 적대관계를 가감없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7월 벌어진 쿠데타 사태 이후 친(親)러 성향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터키는 발칸반도를 놓고 러시아와 패권경쟁을 벌여왔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러시아는 정부군을, 터키는 반군을 지원해왔다. 특히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 대부분이 터키와 같은 수니파라는 점에 터키인들이 느끼는 분노는 막대하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잠시 수면아래 모습을 감췄던 양국의 오랜 적대감을 불러낼 것이라 해석한다.

자국 대사를 잃은 러시아 여론도 들끓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브 러시아연방 상원 외교위원회장은 피격 소식을 접한 후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며 “러시아와 터키의 미래는 터키가 얼마나 철저하게 배후를 밝혀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 CNBC는 “오랫동안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위기에 놓인 쪽은 에르도안 대통령이라는 게 중론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쿠데타 세력 축출을 놓고 불화를 겪는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러시아를 지렛대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피격 사건으로 러시아에 빚을 지게 되면서 통 큰 양보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에르도안이 러시아에 양보할 경우 터키 내부의 반러시아 감정은 더욱 커지면서 정부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후 귈렌을 거론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터키는 7월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귈렌을 지목해 미국 정부에 송환을 요청했지만 ‘증거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귈렌의 송환을 두고 터키와 미국, 나아가 러시아와 미국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러시아와 터키간 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 양국은 서로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에르도안이 오히려 이 사건을 정적탄압의 구실로 삼고, 러시아도 터키내 반러 세력을 숙청할 기회로 여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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