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ㆍ유승민 한밤 회동… 동반 탈당 합의
새누리당 내홍 사태가 결국 분당(分黨)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박계가 최후통첩으로 제시한 ‘유승민 비대위원장’ 안이 가타부타 결론이 나지 않자 사실상 친박계의 거부로 받아들이고 집단탈당을 결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탈당규모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 13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탈당 작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긴급 비주류 의원 모임을 21일 오전 갖기로 했다고 황영철 의원이 전했다.
황 의원은 브리핑에서 “우리의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도 오늘 의총 논의 결과로 봐 거부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친박계의 불투명한 입장과 시간끌기로 혼란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 돌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탈당 시기와 규모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20명이 넘는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명 선이면 국민의당(38명)에 이은 제4당 규모이며,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날 회동에는 김 전 대표를 비롯,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심재철 여상규 오신환 이군현 이종구 주호영 하태경 황영철 의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의총에서는 친박ㆍ비박 양 계파가 ‘유승민 비대위원장’ 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 의원이 불참한 의총에서 친박계는 ‘유승민 카드’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중도 성향 의원 모임이 30여명의 뜻을 모아 유승민 카드에 힘을 실었지만 허사였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의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을 했던 사람들을 ‘최순실의 남자’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자신들은 투사·영웅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과 당에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비박계의 탈당을 만류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당 위기 수습과 대통합 의지 ▦쇄신과 변화 비전 ▦정권재창출 능력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유승민 의원이 적합한 인물인지 2, 3일 내에 가부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이날 밤 별도 회동에서 동반 탈당에 원칙적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저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정 원내대표가 결론을 공표하면 다른 의원님들하고 의논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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