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예울마루 소극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한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전락할 뻔한 청소년들이 만든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처벌 대신 전문 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지난 6개월간 열심히 갈고 닦은 노래와 악기연주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공연의 주인공들은 전남동부지역 보호관찰이나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된 26명의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이화여대 전문 음악치료사 지도를 받으며 작사ㆍ작곡을 직접 하고 기타 드럼 피아노 연주를 배웠다. 공연을 위해 노래 장르와 주제를 결정해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악기로 연주하고 녹음한 뒤 자신만의 노래를 완성했다.
공연은 청소년들이 다섯 그룹으로 나눠 창작곡과 밴드공연, 이화여대와 합동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창작곡 ‘이 노래’와 ‘늘 그래왔듯이’의 가사에는 철없던 지난날의 과오를 뒤돌아보고 앞으로 일들을 헤쳐가고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내용을 담아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기타를 연주한 김모(15)군은 “처음 모든 게 낯설고 짜증이 났는데 선생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배우면서 새로운 꿈을 찾았다”며 “한때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훌훌 털고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찬조공연에 나선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들은 기타 연주와 노래로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GS칼텍스 임직원도 두 달간 연습한 난타 무대를 선보였고 GS칼텍스 음악동호회인 킥스(Kixx)밴드는 청소년과 직접 호흡을 맞췄다.
순천지청과 GS칼텍스는 지난 4월 ‘마음톡톡 예술치유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위기청소년들의 집단 음악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70명의 청소년이 예울마루와 한국보호복지공단 전남동부지소에서 이화여대 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정현주 교수가 이끄는 전문치료사들의 지도를 받았다. 내년에는 1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마음톡톡 뮤직힐링 프로그램은 민관산학이 함께 만들어가며 ‘위기 청소년’들에게 징벌이 아닌 치유적으로 접근한다”며 “위기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리정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속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찬석 순천지청장은 “청소년 범죄가 점점 폭력화돼 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연주 모습과 눈빛을 보면서 변화할 수 있는 희망을 품었다”고 말했다.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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