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ㆍ구직자 절박함 이용
현금 배달업무로 속여 사기
금감원 “통장 양도ㆍ자금 전달
민ㆍ형사상 책임 따라” 주의 당부
50대 A씨는 지난달 생활정보지에서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보고 업체에 연락했다. 업체는 몇 차례 서류전달 업무를 시킨 뒤 배송 건당 2만원을 더 얹어주겠다며 A씨 계좌로 들어온 현금을 찾아 배달하라고 요구했다. 입금된 돈은 ‘배송 의뢰자의 인테리어 자금’이라고 둘러댔다. 받는 사람의 연락처는 주지 않고 대신 ‘00역 2번 출구에 검은 하의, 흰색 상의를 입은 사람에게 전하라’는 식이었다. 의심 없이 돈을 전달하던 A씨를 뒤로 하고 어느 날 업체는 잠적했고, A씨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로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됐다.
평범한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나 아르바이트생이 이처럼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20일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의 단속 강화로 보이스피싱 사기 금액 인출이 어려워지자 이들 조직이 구직자의 절박함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이런 취업사기 관련 제보는 지난 11월 이후에만 134건이나 된다.
사기범들은 주로 택배 회사를 사칭해 구직자를 고용한 뒤, 현금 배달업무라며 구직자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한다. 처음엔 단순 서류전달 업무를 시키면서 구직자를 안심시킨 뒤, 보이스피싱에 성공해 구직자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이를 찾아 전달하라고 요구한다. 입금된 돈은 ‘의뢰자의 예단비’, ‘법원 경매 공탁금’ 등 각종 명목으로 둘러대고, 구직자가 의심할 경우엔 “횡령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일삼는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겨울방학을 맞아 대학생 상대의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통장 양도나 자금 전달은 민ㆍ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2차 피해까지 뒤따르므로 정상 업체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