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살보험금 놓고 견제
국회,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 검토
줄줄이 매물 나온 생보사 ‘찬밥’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휘청대는 경기 탓에 모두가 어려운 한 해였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요즘 특히 올해가 ‘정말 잊고 싶은 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업 환경 악화에 각종 규제ㆍ감독 기준 강화 등 안팎의 어려움이 잇달아 겹치고 있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내 지속된 초저금리는 생보사 영업 환경을 크게 악화시켰다. 올 들어 생보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역대 최저인 4.0%(9월말 기준)를 기록했는데, 과거 고금리 계약 탓에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그 결과 올 9월말 생보업계 전체의 누적 당기순이익(3조3,896억원)은 전년 동기(3조6,864억원)보다 8.1%(2,968억원)나 줄어들었다.
저금리뿐만이 아니었다. 생보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일년 내내 불안감에 떨었다. 새 회계기준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경우 특히 고금리 계약이 많은 생보사는 부채 비율이 크게 늘어나 건전성을 위협 받게 된다. 최근에야 도입시기가 2021년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준비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는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살보험금을 두고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견제도 받아야 했다. 지난 9월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하지만, 소멸시효(2년)가 지난 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최종 정리를 하면서 해묵은 자살보험금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나 싶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신뢰 차원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고강도 검사에 나서면서 생보사들은 하나 둘씩 무릎을 꿇었다. 덩치 큰 ‘빅3’(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가 끝까지 버티고 있지만 금감원이 영업정지와 대표 문책이라는 중징계 카드를 꺼내면서 최근 입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연말에는 국회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최근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연금보험 등 장기 저축성보험의 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가 거리로 나서 시위까지 벌이고 있지만 막아낼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비과세가 축소되면 세제 혜택을 기대한 가입자가 크게 줄 것으로 보여 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생보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악재가 이어진 결과, 생보사들은 줄줄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PCA생명은 지난 11월 미래에셋생명에 1,700억원에 팔렸고, 알리안츠생명은 올 초 300만달러(약 35억원)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으로 넘어가 충격을 줬다. ING생명과 KDB생명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 있지만 지금은 매각 전망조차 불투명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생보사들이 외형을 키우려 보장성 대신 저축성 보험 판매에 치중하고, 자살보험금 논란 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탓도 적지 않다”며 “내년에도 금리 상승을 제외하면 뚜렷한 호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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