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에 로비를 해주겠다며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에게서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유정 변호사에게 검찰이 징역 7년과 추징금 45억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성) 심리로 19일 열린 최 변호사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부장판사를 지낸 사람으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준수해야 하는 최 변호사가 브로커와 공모해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라며 “피고인 행위로 법조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최 변호사가 정당한 변론으로 수임료를 받았다고 범행 사실을 부인하지만, 사건 기록과 증인들에 의하면 최 변호사는 이씨와 애초부터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함께 기소된 브로커 이동찬씨와 공모해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맡아 보석 석방 등을 재판부에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올 5월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6~9월에는 불법유사수신업체 투자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창수씨에게서 재판부에 보석 및 집행유예를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 정 전 대표는 보석이 실패로 돌아가자 수임료를 돌려달라며 서울구치소로 접견 온 최 변호사를 폭행했고, 최 변호사가 이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최 변호사의 범행도 드러났다.
검찰은 추징금으로 45억원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송씨에게 받은 50억원을 이씨와 얼마씩 나눴는지 알 수 없어 절반씩 추징하고, 정씨에게서 받은 50억원 중 30억원을 돌려준 만큼 20억원만을 추징액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이씨에게는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최 변호사 측 변호인은 “브로커 이씨가 갓 개업해 수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변호사에게 접근해 최 변호사를 먹잇감으로 삼아 음모를 꾸민 사건”이라며 “남을 의심하는 성격이 아닌 최 변호사가 잘해주는 사람을 믿다가 발생한 일이다”라고 책임을 이씨에게 떠넘겼다. 최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나의 교만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모욕감을 줬고 평화를 깨트렸다”라며 “나를 알던 사람들, 이 사건으로 새로 알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 5일 오전 10시10분에 열린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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