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결론…유족들은 반발
무려 25년이나 진위 논란이 이어져 온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사진)가 검찰 수사 결과 진품으로 확인됐다. 예술작품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수사기관이 과학적 기법을 총동원해 내린 결론이지만, 애초에 ‘위작’을 주장했던 것이 작가 본인이었던 데다, 해외 감정결과와 배치되는 결론이어서 유족과 미술계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 내리고 정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천 화백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인도’의 소장이력 확인 및 대검찰청ㆍ국립과학수사원ㆍKAIST 과학감정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과학감정 결과 ▦바탕칠 및 덧칠 기법, 희귀원료인 석채 사용,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 사용 등 천 화백 특유의 제작방식이 적용된 점 ▦천 화백의 진품들처럼 ‘미인도’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점 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테크놀로지는 ‘미인도’의 진품 가능성이 0.00002%라며 위작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뤼미에르테크놀로지가 천 화백의 다른 진품에 대해서도 ‘진품 가능성 4%’라는 결론이 나오는 등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인도’를 자신이 모작했다고 주장해온 권춘식씨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간의 주장을 번복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천 화백이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77년 미인도를 완성했으며, 이를 오모 전 중앙정보부 대구분실장,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80년 계엄사령부가 기증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인수했다고 결론내렸다.
천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공개한 후 처음 위작을 주장했고, 지난해 미국 거주 중 별세한 사실이 알려진 후 논란이 재연됐다. 검찰은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가 고소 고발한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 중 정 전 학예실장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고의성 등이 없다고 판단, 무혐의 처리했다. 천 화백의 유족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를 포함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