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혈당 상승보다 여러 합병증이 더 무섭다.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 동맥경화가 주범인 혈관질환이 가장 치명적이다. 흔히 혈당 상승과 함께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동맥경화가 잘 생긴다.
콜레스테롤은 ‘좋은’ HDL콜레스테롤과 ‘나쁜’ LDL콜레스테롤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LDL콜레스테롤 안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반면 HDL콜레스테롤은 LDL콜레스테롤을 혈관 밖으로 내보내 동맥경화를 억제한다.
보통 서양 당뇨병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이 100~130㎎/dL을 넘으면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 당뇨병 환자는 같은 기준치를 넘지 않아도 동맥경화가 잘 생겨 원인 규명이 필요했다.
임 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1,255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최선 전기영동법을 이용해 콜레스테롤 하위 부분까지 정밀 분석했다.
혈액 안에 있는 LDL콜레스테롤을 크기와 밀도에 따라 작고 단단한 것(sdLDL(small dense LDL)콜레스테롤)부터 크고 물에 잘 뜨는 것(ibLDL(large buoyant LDL)콜레스테롤)까지 7가지로 나눠 각각의 농도를 분석했다. 대상자는 혈당수준에 따라 정상인이 15.9%(200명), 당뇨병 전(前)단계가 35.3%(443명), 당뇨병 환자가 48.8%(612명)이었다.
그 결과, 동맥경화를 잘 일으키는 sdLDL콜레스테롤 농도가 정상인에게서는 16%인 것에 비해, 당뇨병 전단계는 19.5%, 당뇨병 환자는 21.5%로 유의하게 높았다. LDL콜레스테롤 내 sdLDL콜레스테롤 비율이 20% 이상이면 동맥경화가 잘 생긴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최근 크기가 작은 sdLDL콜레스테롤이 혈관벽을 잘 뚫고 혈관 안쪽으로 들어오면 서로 뭉쳐 끈적끈적하게 쌓여 동맥경화를 잘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결국 혈관이 막혀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발생한다.
임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이 정상(100~ 130㎎/㎗)이어도 동맥경화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동맥경화를 잘 일으키는 sdLDL콜레스테롤 농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복부비만 등이 있으면 sdLDL콜레스테롤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 과학저널인 ‘국제심장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12월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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