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세탁기 280만대 리콜
갤노트7 발화 원인도 규명 안돼
“소니ㆍ도요타도 美서 곤욕
경쟁력 높일 성장통으로” 목소리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최근 품질 결함으로 인한 잇따른 수거와 보상(리콜)에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1년2월부터 올 8월까지 북미지역에서 판매한 이동형 에어컨(대당 약 250달러)에 대해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공기청정기나 제습기 정도 크기의 이 에어컨은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지만 해외에선 50만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접수된 이 제품의 화재 사고 사례는 4건, 집안 가구 손실 등을 포함한 연쇄 누적 피해규모는 38만달러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안전 규격을 모두 만족한 제품으로 실제 발화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가 먼저 자진 신고를 하고 CPSC와 협의 하에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과부하가 걸릴 경우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퓨즈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리콜 비용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제조자개발생산방식(ODM)으로 유통된 이 제품의 리콜 대상은 미국 46만5,000대와 캐나다 3만6,000대 수준으로, LG전자의 역대 북미지역 리콜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도 품질 결함으로 불과 2개월 만에 단종됐지만 아직도 발화 원인 등이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1년3월부터 북미에서 판매된 뚜껑형 방식의 34종 전자동 세탁기 280만대에 대해서도 일부 제품에서 상부 덮개 이탈 문제 등이 제기됨에 따라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제품의 기본 경쟁력인 안전성과 내구성에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비교적 사용기간이 긴 고가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한 번 변심하면 심리적 충성도 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브랜드가 과거와 달리 이젠 프리미엄급으로 각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리콜은 치명적일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경쟁사에 비해 출시 제품 수가 많고 고사양의 기능들을 많이 넣다 보니 품질 검증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할 여지도 많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몇 년 전 북미 지역에서 리콜 성장통을 겪은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올해 리콜 사태를 교훈 삼아, 혹독한 자기 점검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삼성전자 경기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정보기술ㆍ모바일(IM)을 주제로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갤럭시노트7’ 단종과 관련된 품질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선 경영 성과와 국내외 경영 현황 등을 점검하고 향후 사업 방향과 제품 전략 등이 논의된다.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에선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인공지능(AI) 서비스 혁신 전략과 하만 인수 후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 계획 등도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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