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순위 업체와 협상 못해”
윤 시장의 협상 진행 방침 거슬러
실무진도 “1순위 지위 박탈 안돼”
항소심 판결로 증명돼 새삼 주목
“윤 시장은 아마추어” 책임론 도마
‘결국, 실무진이 옳았다?’
광주시가 북구 운정동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12MW·사업비 262억원))과 관련해 일부 출자자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이유로 해당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윤장현 광주시장의 지위 박탈 결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윤 시장이 법적 근거가 없어 지위배제를 할 수 없다는 실무진 의견과 반대되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라는 윤 시장의 방침을 거부하고 협상 불가를 통보해 항명 파동까지 낳았던 당시 주무 과장의 판단이 새삼 재조명받고 있다.
윤 시장은 지난 2월 2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녹색친환경에너지의 출자자인 LG CNS가 입찰참가자격제한(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게 된 것과 관련해 녹색친환경에너지의 협상자 지위를 변경하라는 행정처분 방침을 내렸다. 당시 주무 부서는 1안(지위 유지)과 2안(지위 배제)을 만들어 윤 시장에게 방침 결재를 올렸고, 윤 시장은 2안을 선택했다. 협상대상자 지위를 배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1안을 밀었던 실무진 의견 대신 공식 검토 의견도 아니라는 광주시 감사위원회 자문 결과(배제 3, 불가 1)를 근거로 2안을 결정한 것이다. 윤 시장은 이어 한 달 뒤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라는 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주무 과장은 18일 후 차순위 협상대상자에게 자신의 전결 처리로 협상 불가를 통보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한 ㈜녹색친환경에너지 측이 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무 과장은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추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9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설명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윤 시장의 명(命)을 어긴 셈이었다.
당시 시청이 발칵 뒤집힌 건 당연했다. 주무 국장은 “협상 불가 통보는 시장 방침에 위배된 것”이라고 발끈하며 시정 지시를 요구했다. 결국 ‘협상 불가 통보’는 없었던 일이 됐지만, 주무 과장은 졸지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위계질서를 문란시킨 ‘항명 공무원’으로 내몰렸다.
항명 파동의 후폭풍은 컸다. ‘윗선’과 생각을 달리했던 실무진들은 이후 정기인사 등을 통해 모두 교체됐고, 주무 과장은 한직으로까지 밀려났다.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괘씸죄에 걸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지난 15일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한 시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항소심 판결로 실무진들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면서 윤 시장을 비롯한 윗선들에게 책임론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이 사업을 둘러싸고 시의 차순위 협상대상자 밀어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윤 시장의 행정처분 결정 과정 등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게 된 데는 윤 시장을 비롯한 몇몇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항소심 판결과 그간의 사업 추진 과정 등을 살펴 보면 윤 시장이 행정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로서 법적 근거나 예상되는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판단하지 않고 정책 결정을 내렸다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윤 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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