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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결론 난 '미인도'… 논란의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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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결론 난 '미인도'… 논란의 25년

입력
2016.12.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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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중인 천경자 화백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구상 중인 천경자 화백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한 검찰은 19일 이 작품을 X선ㆍ적외선ㆍ투과광사진ㆍ3D촬영, 디지털ㆍ컴퓨터영상분석, DNA분석, 필적감정 등으로 검사한 결과 진품으로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미인도가 석채, 두터운 덧칠, 압인선 등 천경자의 제작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됐고, 천 화백의 다수 작품을 거의 전속으로 표구한 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로 표구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미인도’ 제작방식 분석결과 ‘백반, 아교, 호분’ 성분으로 바탕칠→‘두터운 덧칠’(육안으로 보이는 색과 다른 색의 안료가 그림 밑층에 중첩 채색)→‘석채’ 사용 등 천 화백의 제작 방법이 그대로 구현됐으며,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비교 진품의 꽃잎, 나비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또 ‘미인도’의 밑그림이 천경자의 미공개 ‘차녀 스케치’와 고도로 유사한 점을 근거로 천 화백이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77년에 ‘미인도’, 81년에 ‘장미와 여인’을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컴퓨터 영상분석기법에서는 차이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DNA 감정 결과 ‘미인도’에서 추출된 유전물질 손상으로 ‘감정불가’, 필적감정결과는 ‘판단불명’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방한해 ‘미인도’를 감정한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을 0.00002%라고 계산하는 등 위작 판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프랑스 감정 결과에 대해 검찰은 ▦감정팀이 대표적 감정방법으로 홍보해 온 심층적 단층분석방법이 ‘미인도’ 감정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같은 감정방식을 통해 천 화백의 다른 진품을 진품 가능성 4%대로 계산하는 등 사실과 어긋난 판단을 한 점 ▦1977년작 ‘미인도’가 81년작 ‘장미와 여인’의 위작이라는 의견 등을 내고 있는 점 등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인도’의 국립현대미술관 이관 시점 등 명백한 소장 이력에 비추어 보아도 모순된다고 검찰은 밝혔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서 처음으로 미인도를 대중에 공개하며 시작됐다. 천 화백은 이 그림에 대해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작품이 천 화백의 진품이라는 미술관 측의 태도에 천경자 화백도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있겠느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그림은 내 그림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천 화백은 위작 논란이 일어난 지 약 보름 만에 절필 선언을 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1991년 논란이 불거진 후 25년 째 진위 공방에 휩싸여 있는 '미인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91년 논란이 불거진 후 25년 째 진위 공방에 휩싸여 있는 '미인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99년 고서화 위작 등으로 구속된 권모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 요청으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 시비가 재연되기도 했으나 진술의 신빙성과 공소시효 등의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서 타계한 천 화백의 추도식이 두 달 뒤인 10월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서 타계한 천 화백의 추도식이 두 달 뒤인 10월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동안 잠잠했던 논란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의 타계 소식이 언론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미인도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 보도 두 달 전인 8월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다는 소식과 함께 추도식이 치러졌고,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위작 논란의 해결 의지를 밝혔다.

그 해 12월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인도가 위작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작품을 진품으로 둔갑시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술관측은 여기에 답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4월 천 화백 유족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의 관계자를 사자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ㆍ고발했다. 미술관은 미인도에 대한 판단을 대중과 전문가 집단에게 넘기겠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 공개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유족 측 반발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미인도를 압수하며 무산됐다.

천 화백이 아교에 석채, 분채를 손으로 섞어 사용했다는 점에 착안해 검찰은 7월 미인도를 대상으로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유전자(DNA) 분석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천 화백의 진품 12점을 확보해 진행한 필적 감정에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프랑스 미술품 감정기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천경자 유족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감정에 참여하게 됐다. 국내 감정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국 감정기관에 미인도를 맡기며 유족 측은 감정 비용까지 직접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작품 자체를 둘러싼 진위 공방에만 그치지 않았다. ‘꽃과 나비의 화가’ 천 화백이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진 논란은 미술계 최대 위작 스캔들로 허술한 미술품 거래 시스템, 미술계 얽혀있는 각종 이해관계 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일 발표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대책’ 역시 이우환ㆍ천경자 등 유명 화가를 둘러싼 위작 논란이 배경이 돼 만들어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천경자 ‘미인도’ 논란 일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미인도 첫 공개되자 천경자 화백 ‘위작’ 주장하며 절필

▦1998년 천 화백 미국으로 이주

▦1999년 동양화 위조사건으로 입건된 권씨 ‘미인도’ 자신이 그렸다 주장

▦2003년 천 화백 뇌출혈로 쓰러짐

▦2015년 8월 천 화백 별세

▦2015년 10월 천 화백 별세 소식 알려지며 논란 재점화

12월 천 화백 유족,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 시인ㆍ사과 요구

3월 천 화백 유족, 미인도 사건 대응 위해 공동변호인단 구성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사자명예훼손 등 고소로 검찰 수사 시작

5월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일반 공개 검토했다 철회

6월 검찰, 미인도 압수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검출 실패

9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팀 미인도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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