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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인건비

입력
2016.12.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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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회사 대표는 저녁 8시가 넘으면 휴대전화를 끄라고 나에게 자주 말했다. 일 때문에 밤 늦은 시간까지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애를 먹고 있다는 걸 알아서였다. “왜 자기 시간을 아낄 줄 몰라요? 시간당 인건비를 스스로 계산해 봐요. 인건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지 말아요.” 꽤나 쿨하고 깔끔한 대표는 직원들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마음을 쓰는 일을 탐탁찮아했다. 사무실 한켠에 놓을 테이블을 조립하느라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쪼개 끙끙대는 것을 보았을 때에도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케아에 조립서비스 맡기면 2만원이면 되지 않아요? 쉬어야 할 시간을 왜 이렇게 허비해요?” 대표는 오래 외국에서 살아 5시 반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퇴근을 하는 사람이어서 “우리랑은 다르잖아. 우린 5시 반에 퇴근하는 세상을 살아본 적도 없다고.” 우리끼리는 그렇게 속살거렸다. 어쨌거나 그런 생활을 한 탓에 나도 어지간한 일에서는 시간당 내 인건비를 계산해보는 습관이 들었다.

아침부터 두 분이 오셨다. 한 분은 싱크대에 레몬색 페인트를 칠해주고 있고 또 한 분은 아기 침대를 조립하고 있다. 사실 내가 직접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요즘 쓰고 있는 칼럼들과 번역 원고료를 계산하며 과감히 맡겼다. 페인팅을 직접 한다면 사흘은 걸릴 일이고 아기 침대를 조립했다가는 또 사흘 근육통에 시달리게 될 테니 역시나 대표의 말처럼 시간낭비다. 하지만 이케아는 조립 비용이 올라서 이제 4만원이다. 페인팅 인건비는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아기 방문에 페인트를 바르는 건 내가 직접 할 거다. 벽에다가는 분홍색 구름도 그려줘야 한다. 원고료가 팍팍 오를 일은 없으니 그 정도까지야 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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