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져 온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19일 수사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밝히고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을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검ㆍ국과수ㆍKAITS 등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진품 13점(서울시립미술관 소장 4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점, 개인 소장 8점), 권모씨의 모작(模作) 1점에 대해 X선ㆍ적외선ㆍ투과광사진ㆍ3D촬영, 디지털ㆍ컴퓨터영상분석, DNA분석, 필적감정 등 거쳐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근거로 ▦미인도가 석채, 두터운 덧칠, 압인선 등 천경자의 제작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된 점 ▦천경자의 다수 작품 거의 전속 표구한 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로 표구한 점 ▦‘미인도’ 제작방식 분석결과 ‘백반, 아교, 호분’ 성분으로 바탕칠 → ‘두터운 덧칠’(육안으로 보이는 색과 다른 색의 안료가 그림 밑층에 중첩 채색) → ‘석채’ 사용 등 천경자 제작방법이 그대로 구현된 점 ▦육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비교 진품의 꽃잎, 나비 등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 공통으로 식별된 점 ▦천경자는 수없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하여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데 그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점 확인되는데 위작에는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또한 검찰은 ‘미인도’의 밑그림이 천경자의 미공개 ‘차녀 스케치’와 고도로 유사한 점을 근거로 천 화백이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77년에 ‘미인도’, 81년에 ‘장미와 여인’을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컴퓨터 영상분석기법에서 차이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DNA 감정결과 ‘미인도’에서 추출된 유전물질 손상으로 ‘감정불가’, 필적감정결과 ‘판단불명’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테크놀로지는 수사 과정에서‘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을 0.00002%라고 계산하는 등 위작 판단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 감정 결과에 대해 검찰은 ▦감정팀이 대표적 감정방법으로 홍보해 온 심층적 단층분석방법이 ‘미인도’ 감정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같은 감정방식을 통해 천 화백의 다른 진품을 진품 가능성 4%대로 계산하는 등 사실과 어긋난 판단을 한 점 ▦77년작 ‘미인도’가 81년작 ‘장미와 여인’의 위작이라는 의견 등을 내고 있는 점 등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미인도’의 국립현대미술관 이관 시점 등 명백한 소장이력에 비추어 보아도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5년간의 위작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천 화백이 생전에 미술계의 시각과는 정반대로 자신의 작품을 ‘미인도’를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국내 화단을 떠난 것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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