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단에 盧정부 인사들 관여”
봉하대군 언급하며 崔와 선긋기도
안종범 직권남용엔 신정아 끌어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답변서는 노무현 정부의 사례를 마구잡이 식으로 걸고 넘어졌다. ‘노 전 대통령 때도 비슷한 비위가 있었으나 탄핵 사유가 되지 않았으니, 같은 이유로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도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과거 정부에도 늘 있었던 측근 비리라는 취지로 물타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18일 공개된 탄핵소추사건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 측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모금에 대해 기업의 자발적 지원을 부탁한 것이라며 뇌물 성격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별표(*) 표시를 달아 “노무현 정부 당시 삼성 일가가 8,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가 나서서 이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하여 재단 이사진을 친노 인사들로 채운 사례도 존재한다”고 했다. ‘노 정부 때도 있던 일인데 왜 우리만 문제 삼냐’는 뉘앙스다. 김경재 자유총연맹회장이 지난달 “노 전 대통령도 8,000억원을 삼성에서 걷었다”며 유사한 주장을 폈다가 고소당했다.
비선실세 최순실(60ㆍ수감중)씨가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것에 대해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부인하면서도 과거 정권 사례를 들었다. “친인척, 지인들이 최고권력자의 권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취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우리나라도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답변서는 각주까지 달아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만사형통’으로 불린 사례를 거론했다.
답변서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노태강 전 국장 경질, 문체부 1급 일괄사표 등 인사 파행 문제에도 노무현 정부 때 일을 꺼냈다. 노 정부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 직후에도 행자부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현대차그룹에 최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의 납품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신정아 사건’을 거론했다. 당시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무죄를 받은 것처럼 KD코퍼레이션 사건도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답변서는 결론 부분에서 2004년 5월 헌법재판소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층조차 등을 돌린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견강부회 식 물귀신 작전’이란 비판이 거세다. 노무현정부에 몸 담았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8,000억원과 관련된 주장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 사안으로 억지 논리를 만들어 박 대통령을 더 비루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