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이 강력한 아편계 진통제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의회가 18일(현지시간) “대통령이 건강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토바이 사고로 척추를 다쳐 펜타닐(진통제)을 복용했으며, 자신이 처방보다 많은 양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안 의사가 약을 끊도록 했다고 말했다.펜타닐은 주로 암 환자나 만성 질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아편계 진통제로 중독성이 있으며 모르핀보다 100배 정도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이 암 투병 중이라는 루머를 여러 차례 부인했다. 의원들은 그러나 “진통제 복용 발언으로 암 투병 루머를 비롯해 그의 건강에 대한 의심이 다시 제기됐다”고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 반대파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질병뿐만이 아니라 명료한 정신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에 복용 약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이나 부작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처방보다 많은 양의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인정한 것은 그가 마약에 중독됐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중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필리핀의 최고령 대통령인 두테르테는 일상적인 편두통과 버거병(폐색성 혈전 혈관염)을 앓고 있다. 건강 때문에 해외에서 열린 정상 회담에 불참하기도 했고, 지난주 캄보디아에서는 임기 6년을 마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 시절부터 마약을 근절하겠다며 마약 용의자들을 처형하는 등 ‘유혈 전쟁’을 벌여 지난 5개월 동안 6,0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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